법원이 자신의 의사면허를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에 빌려준 의사의 면허취소는 대여기간과 상관없이 당연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의사면허 대여행위=무면허 의료행위'이므로 의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적법하며, 의사는 국민건강에 중대한 책임을 맡고있는만큼 징계·행정처분 관련 공소시효 또한 필요없다는게 판결의 골자다.
이는 오랜기간 한국 의료사회를 좀먹는 골칫덩이로 자리잡아온 사무장병원 처벌과 직결되는 판결이라 시선이 집중된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송우철)은 "의사 박某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취소처분 소송에서 박씨의 청구를 기각해 자격취소처분을 그대로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의사 박씨는 2002년 7월경부터 11월경까지 약 5개월간 의사가 아닌 일반인에게 의사면허증을 빌려줬다. 10년 뒤 2012년 복지부가 범법행위를 근거로 박씨 의사면허를 취소하자 박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복지부 의료법에 공소시효가 없어 균형성·안정성이 떨어지는 점 ▲변호사, 관세사, 회계사, 노무사 등의 위법 징계는 시효규정이 있어 불평등한 점 ▲불법행위 이후 10년간 아무 처분 하지 않아 신뢰보호원칙 위반 ▲형사재판에서 500만원의 가벼운 처벌을 받은 점을 들어 복지부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법원은 "박씨가 2008년 경 복지부에 면허취소 처분을 2009년까지 유예해 달라는 연기사유서를 제출했으므로 박씨는 의사면허 대여행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자신이 면허취소 대상자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판시,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사면허 대여는 무면허 의료행위와 동일하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해 국민들이 자격을 갖춘 의료인으로부터 안전한 의료행위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며 "의료법에는 의사면허취소된 자가 2년 후 재교부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므로 처분시효를 둘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의사는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을 다루는 직업으로 자격증을 요하는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직업과는 판이하게 달라 의료법 시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