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공식 취임함에 따라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산업화 정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문 장관 취임사의 행간을 보면 의료산업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그는 취임사에서 원격의료와 의료산업화 국가경재력, 해외환자, 병원 해외진출 등의 단어를 썼다.
역대 복지부 장관의 사례를 볼 때 보기 드문 발언이다. 전임 진영 복지부 장관도 의료산업화에 관심이 컸지만, 임기 초반에는 의료관광 등에 초점을 맞췄다.
진 전 장관은 원격의료를 둘러싼 복잡한 역학관계를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 나설 시점에 기초연금 논란으로 중도 사퇴했다.
기초연금 구원투수로 복지부를 맡은 문형표 장관은 의료산업화에 진전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보건의료산업 분야는 가장 우수한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며 "국가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건의료시스템 수출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원격의료 등 보건의료기술과 의료보장체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과 복지는 상충하는 개념인데, 문 장관이 어떤 식으로 그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산업화 구호에 그칠까
의료산업화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거론된 내용으로 새삼스러울 게 없다. 다만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의료산업화는 산업 뿐 아니라 이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의료민영화에 심각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문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이 시각에 따라 의료산업화가 아닌 의료민영화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하다. 당장 그가 추진 의사를 밝힌 원격의료는 법제화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관련 법안 논의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례적으로 시민사회단체, 노동계와 손을 잡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격의료 허용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히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산업화는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경제부처가 앞장서 주창하고 있다. 복지부 내부적으로 이견이 존재하지만 결국 보조를 맞추는 형국이다.
해외환자 유치와 병원 수출 등은 이미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정책이어서 활성화 방안 수준에서 정책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약계와 의료기기산업도 의료산업화에 필수적인 분야이지만 글로벌화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영세한 국내 기업이 거대 글로벌 기업이 주무르는 해외시장에 문을 두드리기란 여의치 않다.
활발한 인수합병 등을 통한 시장 재편이 급선무지만, 복지부가 강한 추진력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녹록히 않은 주변 상황
문 장관이 처한 주변 상황은 녹록히 않다. 그는 유흥업소 법인카드 논란 등으로 야당의 지지를 전혀 얻지 못한 상황에서 장관직을 맡게 됐다.
복지부가 보건의료 환경을 크게 개선할 정책을 추진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 법을 개정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학자 출신인 그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을 설득할 정무적 능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그는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기초연금을 연구한 학자다. 그가 복지부 장관에 발탁된 배경은 기초연금 논란이 커진 덕분이다.
야당 의원실에선 "복지부 장관 얼굴 구경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부처 차원의 핵심 정책을 관철하려면 장관이 직접 나서라는 주문이다. 원격의료가 당면과제다.
그는 임명 직후 보건의료 경험이 전무하다는 우려를 샀다. 전임 장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정책 하나에 수많은 직능단체가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이는 보건의료 환경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조정자 역할을 할지 의료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장 그를 만나겠다는 직능단체장의 요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논란으로 복지부 대척점에 섰고, 비교적 사이가 원만한 대한병원협회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개선안으로 심기가 불편하다.
3대 비급여 개선안은 연말경 발표될 예정이다. 문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병원계의 요구가 모두 수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산업화든 의료보장성 정책이든 결국 의료계와 소통하고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새 장관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