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계와 병원계, 제약업계에 이르는 모든 직종과 불편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복지부가 보건의료 분야 모든 직종과 냉각기를 갖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정부가 광범위한 의료산업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도 개편의 고삐를 바짝 조이자 관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원격의료, 의료민영화 논란을 두고 대척점에 섰다. 대한의사협회는 내년 1월 파업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포함한 파업 움직임이 보이면 강력한 법 집행을 단행한다는 입장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여론에 따라 복지부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
복지부는 장관까지 나서 의료민영화 논란을 적극 해명하고 있다. 주요 정책인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면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우호적인 여론이 필수적이다.
병원계는 영상장비 수가, 초음파 급여화 등을 거치면서 냉온탕을 오갔지만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개편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대형병원의 핵심 수익원이다. 복지부가 업계 의견을 반영한다고 해도 대형병원의 출혈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병원계와의 갈등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대 비급여 개선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병협이 그간 복지부 정책에 협조해온 만큼 3대 비급여 개편안이 기존에 발표된 내용에서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와의 갈등은 시장형실거래가제로 촉발됐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최근 제약사 최고경영자(CE)들과의 간담회에서 제도 재시행을 검토해달라는 요구에 "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업계에선 복지부가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여겼으나, 복지부 실무진에서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문 장관의 발언을 정정했다.
복지부 장관과 실무진이 엇박자를 내자 제약업계는 그간 쌓인 불만이 표출되는 모습이다.
약사회 역시 법인약국 설립과 관련해 반발을 샀다. 복지부는 개설권이 약사로 한정됐다는 점을 홍보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약사회 내부에선 "정부 정책이 제약사의 직영약국 개설을 촉발할 것"이란 불만이 적지 않다.
간호계와도 간호인력 개편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간호계는 복지부의 정책이 전문성을 쌓은 간호사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속해서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