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복지부장관 내정 의미 분석
역대 8번째 의사출신 장관…건강보험 핵심기관 전문가 섭렵
2015.08.04 20:00 댓글쓰기

[초점]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진엽 前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병원장이 전격 발탁됐다. 그야말로 청와대의 깜짝인사였다. 실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문형표 장관 경질이 예상되면서 다양한 인물이 후임자로 지목됐지만 정진엽 원장은 하마평에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국회나 정부, 의료계는 물론 측근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메르스를 계기로 불거진 보건과 복지의 불균형 지적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의 결과였다. 무엇보다 정진엽 前 병원장의 복지부 장관 내정은 의료계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17년 만의 의사 출신 장관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은 1998년 주양자 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보건복지부 역사상으로는 8번째다.

 

1948년 보건복지부가 사회부로 태동한 이래 51명의 장관이 바뀌는 동안 의사 출신이 임명된 사례는 7명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13.72%다.

 

보건부 시절 구영숙, 오한영, 최재유 등이 장관을 지냈고, 이후 권이혁 서울의대 교수가 제22대 보건사회부(당시) 장관, 문태준 前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제23대 장관으로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이어 박양실 前 대한여의사회 회장이 제27대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고, 보건복지부로 조직명이 바뀐 후로는 주양자 前 국립의료원 원장이 제35대 장관에 올랐다.

 

이후 17년 동안 정치인과 관료, 학자 등에 밀려 장관직에 임명되지 못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진엽 원장이 제52대 장관으로 내정됐다.

 

서울의대·정형외과 ‘주목’

 

정진엽 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이며,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역대 장관 중 문태준, 권이혁, 박양실 장관이 서울의대 출신이다. 권이혁 장관이 1947년 졸업으로 가장 선배이며, 문태준 장관이 1950년, 박양실 장관이 1960년 졸업이다.

 

주양자 前 장관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서울의대 동문으로는 정진엽 내정자가 4번째 장관이다. 특히 권이혁 前 장관과는 병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권 前 장관은 서울대병원, 정진엽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을 지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복지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정진엽 내정자가 최초다. 실제 문태준 장관은 신경외과, 권이혁 장관은 예방의학, 박양실 장관은 산부인과, 주양자 장관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였다.

 

 

복지부·공단·심평원, 의사 수장 시대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를 운영 중인 국내 보건의료의 핵심기관 3곳에 나란히 의사 출신 수장이 배치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우선 지난해 지난 2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손명세 교수(예방의학교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입성하며 의사 수장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대한병원협회 성상철 명예회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임명되며 건강보험 양대기관을 접수했다.

 

여기에 4일 분당서울대병원 정진엽 前 병원장이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되며 복지부와 건보공단, 심평원 모두 의사 출신 수장이 배치되는 상황을 맞았다.

 

특히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과 정진엽 내정자가 서울의대 정형외과 선후배 관계라는 점이 이채롭다. 성 이사장이 1973년 졸업으로, 정 내정자(1980년 졸업) 보다 7년 선배다.

 

 

청와대-분당서울대, 기묘한 인연

 

박근혜 대통령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연이은 인연 역시 화제다. 공교롭게도 대통령 주치의에 이어 복지부장관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발탁됐다.

 

지난해 9월 청와대는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서창석 교수를 대통령 주치의에 임명했다.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난 연세의대 이병석 학장의 후임 인사였다.

 

대통령 임기 중 주치의가 바뀐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청와대 근처의 서울대병원이 아닌 경기도에 위치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통령 주치의가 나오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서창석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 임명 후 본원인 서울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통령 주치의에 이어 이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도 분당서울대병원 몫이었다. 정진엽 前 병원장이 전격 발탁되며 분당서울대병원은 청와대와의 기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단명(短命)의 늪

 

재임기간 역시 관전 포인트다. 역대 의사 출신 복지부장관들에게 하나같이 ‘단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 단명 장관으로 세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인물은 문민정부 당시 초대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한 박양실 前 장관이다.

 

박 前 장관은 취임 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다가 10일 만에 중도 하차했다. 역대 복지부 장관 중 가장 짧은 재임기간이다.

 

주양자 제35대 복지부 장관 역시 취임 두 달만에 낙마하고 말았다. 주 前 장관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대로 행정력을 발휘하지도 못한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태준, 권이혁 前 장관 역시 각각 10개월과 6개월의 짧은 임기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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