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이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 측에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를 요구했다. 정부가 증원 근거 연구자료의 일부만 참고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갈등이 첨예해 지고있다.
특히 정부의 무리한 증원 인정과 함께 인원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의대협은 의대 증원을 두고 오늘(20일) TV 공개 토론을 통해 맞붙을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9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필수 의료 자원과 증원된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을 먼저 제시해달라”며 인원 재조정을 요구했다.
의대협은 “2000명이란 수치는 금년 1월 9일 제안했던 350명과 큰 괴리가 있다. 이는 전국 40개 의대·의전원의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숫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인력수급 정책은 20~3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며 “2025년도 대입에서 연(年)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는 복지부가 의대증원 근거 자료로 밝힌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홍윤철 서울대 교수, 2020년)'의 276페이지 중 5페이지(1.8%) 요약 분량만 보고 증원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전체 보고서 결론에 따르면 “건보재정 및 국민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한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수립하면서 이에 충족되는 의사 인력수급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며 “의료수가 등을 고려한 의사 인력수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의사인력 증가는 의료제도 개혁이 이뤄진 후에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홍윤철 서울대 교수는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의대 증원에 대해 ‘정원’ 자체만 논의하는 건 너무나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당면한 문제점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늘려야 하는 등의 의료발전을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증원만 말하면 그건 ‘말장난’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 "국민 앞에 누구 말이 옳은지 끝장 토론" 제안
복지부는 증원안을 만들면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서울대학교 등 3개 전문 기관의 연구 보고서를 참고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가 참고한 근거인 보사연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2021)’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1만4334명, 2035년엔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같은 기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2020)’에선 의료 이용량 증가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를 2050년 3만6000명으로 추정하고 2027~2050년 매년 1500명을 증원해야 의사 부족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복지부는 홍 교수 연구팀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2020)’도 참고했다. 복지부 해석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현행 입학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50년 2만 6000명 이상 의사가 부족할 수 추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사단체는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의 비교 외에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짐과 동시에 갈등이 커지자 정부 측은 이를 해소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의협과 토론회에 나선다.
정부 측은 오늘 TV 토론회에 고위간부 대신 실무 과장급 공무원 유정민 의료현안추진단 전략 팀장이 패널로 참여해 정부 의대 증원 취지와 필수의료 분야 수가 집중인상 추진 등 정책 패키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의협 측은 토론회에 이동욱 의협 경기도의사회 비대위원장, 가천대 의대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가 패널로 나선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해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인물이다.
다만, 의협 측은 정부 고위 간부가 나오지 않았고, 의협 패널의 경우도 본래 참여코자 했던 인물들은 참여시키지 않아 이번 토론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토론과 별도로 20일자 조선일보 광고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공개토론을 요구한다”며 “국민들 앞에서 누구 말이 옳은지 보자”고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