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문의당직제, 생색은 복지부 책임은 의사'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만들겠다는 것' 비난
2012.08.06 11:50 댓글쓰기

"소위 응급실 당직법은 생색은 보건복지부가 내고 책임은 의사가 지는 한국식 의료행정의 병폐가 반복되고 있다는 바로미터다."

 

지난 2010년 대구에서 발생한 장중첩증 소아 환자 사망 사건 이후 응급의료와 관련한 유사한 사건이 반복,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이 완료됐지만 향후 현장에서 일어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사진]는 6일 의협 게시판을 통해 "당직 전문의가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되는 시행규칙도 마련됐고 이제부터는 응급의료와 관련된 사고나 민원이 발생해도 복지부가 책임질 일은 없게 됐다"며 "의사만 처벌하면 된다"고 불쾌한 심경을 피력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5일부터는 응급실 호출은 당직 전문의가 받고 직접 진료하며 당직 전문의가 응급실에 오지 않을 경우 병원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현 의료체계 하에서 시행이 불가능한 법을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으면 벌금형과 면허정지를 하겠다고 하는 '응급실 당직법'에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허대석 교수는 "응급의학전문의 진료 후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20-30%"라며 "응급실 호출을 받은 전문의가 직접 진료를 해야 한다면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 진료과별로 전문의가 1명에 불과한 중소병원의 의사는 주간 근무와 야간당직을 매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비당직 전문의도 응급실 근무의사의 판단에 따른 '호출 불응 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은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458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언제 호출을 받아도 무조건 병원으로 가야만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미 응급실 당직법 시행으로 처벌을 받는 병원과 의사가 생기면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하겠다는 병원들이 상당 수다. 응급의료체계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전문의가 근무하는 수도권의 대형병원 상황도 간단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단일 질환으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학적 문제가 복합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일수록 전문의도 세분화돼 있어 같은 내과 환자라도 진료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진료과 당직 의사 문제에 국한했을 때다.

 

설명에 따르면 미국도 전공의나 인턴에 의해 당직체계를 운영해오다가 경험이 적고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아 의료사고가 반복해 발생,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2003년 규정했다.

 

떄문에 제대로 된 응급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허 교수의 거듭된 주장이다.

 

허 교수는 "여기에 적합한 의료제도도 개편하고 추가적인 재원 확보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대책은 없이 '응급실 근무의사가 비당직 전문의까지 부를 수 있고, 불렀는데 오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대부분의 의사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하위법령 개정에 따른 의료기관의 충실한 준비와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3개월의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행정처분을 유예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허 교수는 "현재의 의료현실에서 각 의료기관이 노력해서 개선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복지부가 결자해지해야하 문제이며 이는 곧, 복지부에게 공이 넘어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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