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지금 전 세계는 빅데이터 열풍이다. 심지어 '21세기의 원유'라고 표현하며 빅데이터를 미래성장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5월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을 기본 가치로 하는 정부3.0 기본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행정 구현, 맞춤형 서비스 통합 제공 등이 골자다.
이런 정부 기조에 초점을 맞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쟁적으로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내놓고 있다.
심평원은 자체 보유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예보와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이 추진하는 질병예보 서비스는 과거 5년 간 건강보험 청구 자료와 기상청의 날씨 자료를 활용해 일별로 온도, 습도, 일조량, 황사 등 환경 요인에 따른 대표적인 계절성 질병들의 위험도를 국민들에게 날씨예보와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질병 모니터링은 실시간 의약품 처방·조제지원(DUR) 시스템을 활용해 지역별 질병 발생 상황을 감시, 향후 의료기관 및 의사 개인의 서비스 평가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병원 및 의사 성적표를 공개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심평원은 의료기관은 물론 의료인까지 평가하는 일명 ‘명의 검색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하지만 이 명의 검색 서비스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 등으로 구현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일방적 홍보성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보공단 역시 보유한 국민건강정보 DB와 다음소프트의 소셜미디어 정보를 융합해 주요 유행성 질병에 대한 위험도와 지역·연령별 위험도 등을 예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질병예측 서비스는 비슷하거나 같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공유해 정확도 높은 생산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은 DUR과 질환별 심사결정 자료, 의약품 유통거래 자료 등의 정보를, 공단은 보험자격 정보와 국민 건강검진 정보 등을 공유하고 협업해 사업의 중복 방지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양 기관이 각각 DUR과 소셜미디어를 토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민 건강정보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어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 도 있다”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료비 심사권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던 두 기관이 이제 빅데이터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양 기관이 내세우는 '국민'이라는 기치의 진정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