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단 '강공'···선택지 좁아지는 '의료계'
의대 증원·첩약급여화·원격진료 등 전선 확대···'투쟁' 언급되지만 실효성 미지수
2020.07.11 06:1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원격의료 실증사업 추진 등 정책을 구체화시키면서 의료계와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의료계 반대와 관계없이 의사인력 4000명 추가 양성·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본회의 통과 및 원격진료 실증사업 확대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료계는 자신들이 언급한 ‘강력한 투쟁’이라는 최후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와중에 총파업으로 악화될 국민 여론, 시도의사회장의 참여 가능성, 최대집 의협 회장 집행부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등은 ‘총파업이 가능한가’라는 물음표를 찍게 만드는 요소다.
 
9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 중증·필수의료 공백해소를 위한 지역의사 3000명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등 응용분야 연구인력 500명 등 10년 간 총 4000명의 의사인력을 추가로 확보키로 했다.
 
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24일 본회의를 개최하고 한방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통과시킬 전망이고,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에서 시행 중인 원격진료 실증사업은 한 달이 지난 지금 대상자가 4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라남도의사회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등은 성명서를 내고 의대정원 확대 계획을 철회한 것을 요구했다. 특히 전라남도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즉각 강력하고도 전면적인 대 정부 투쟁에 나서기를 촉구하며, 전라남도의사회도 이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역의사회에서 의협에 對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은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방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의협과 대한병원협회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의사인력 확대·원격진료 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병협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만큼은 “한방 건강보험 확대는 기본적으로 의학적 타당성·의료적 중대성·치료 및 비용 효과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국민 보건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여건도 고려하면서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4일 열리는 건정심 본회의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격진료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 의협은 지속적으로 회유 및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오는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민보고대회에서 비대면 의료(원격진료)를 확대하는 내용을 발표한다.
 
국회에서 원격진료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법 등 개정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비대면 의료체계를 보강하고, 향후 효율성·안전성 등이 담보될 경우 확대한다는 것이다.
 
오늘 경주서 시도의사회장 회의 개최···총파업 등 논의 전망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보건의료정책들이 구체화 되면서 의협의 선택지도 ‘파업’으로 자연스레 귀결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본지 인터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력한 투쟁을 언급한 바 있는데 관건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이로 인한 국민 여론 악화, 시도의사회장의 참여 가능성, 얼마 남지 않은 집행부 임기 등이다.
 
이 때문에 11일 경주에서 열리는 시도의사회장 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해당 회의에서 총파업 관련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정통한 A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무시하고 전횡을 일삼는다면 남은 카드는 ‘포기하고 사느냐, 죽더라도 한 번 총파업을 하느냐’ 밖에 없다”며 “총파업을 하더라도 1~2일 단기간 여론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해야 하고, 국민 피해는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B 시도의사회 회장은 “11일 경주에서 열리는 시도의사회장 회의에서 최 회장이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총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C 의협 대의원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시위 때 시도의사회장이 절반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총파업을 위해서는 시도의사회 회장 의견이 중요한데, 코로나19 상황 및 현 집행부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등을 고려하면 잘 될 것이라 보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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