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1992년 창간 후 2000년대 초반 무렵 사라졌던 서울대병원 전공의회보가 돌아왔다.
창간 이후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더욱 세련된 디자인으로 탈바꿈했지만 전공의들의 소중한 목소리와 애환을 담았다는 점에서는 20년 전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1000여 명의 전공의들 이름이 빼곡히 채워진 겉면을 넘기면 다양한 전공의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육아와 병원 생활을 병행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얘기부터 지난해 2020년 있었던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대한 기록까지.
이에 대해 35대 서울대병원전공의협의회(이하 서전협) 회장이자 회보 재창간 작업을 주도했던 김중엽 전공의는 “글을 처음 공모할 때 ‘전공의들의 일상(日常)과 이상(理想)’이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전임 35대 서전협이 전공의들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내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처음부터 재창간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과거에 서울대병원 전공의회보가 있었던 사실을 알게 돼 새로운 잡지 창간 대신 전공의회보 재창간으로 방향을 정했다.
잡지에 실을 글을 공모한다는 게시글을 과거 전공의회보 필진 중 한 명이었던 김남중 교수(서울대병원 감염내과)가 발견하고 전공의들에게 얘기를 전한 것이다.
김남중 교수는 이번 재창간호에 실린 추천사를 통해 “전공의회보가 힘든 중에도 서로 유대감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재창간호에서 과거 서울대병원 전공의회보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부분도 있다.
서전협은 전공의 회보를 통해 회계결산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는데 이를 재창간호에도 반영해 35대 서전협의 회계보고를 실은 것이다.
특히 이번 호에는 젊은의사 단체행동 당시, 서전협 비대위에 투쟁기금을 보내준 후원자 명단과 투쟁기금 사용내역도 함께 공개돼 의미를 더했다.
20년 만에 전공의 회보가 다시 전공의들 품으로 돌아왔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지난해 발행을 목표로 했지만 단체행동 등으로 회보 준비에 집중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 전공의회보 편집인인 송정인 전공의(36대 서전협 부회장)는 “원래 35대 집행부가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단체행동으로 바빠지면서 미뤄졌고, 36대 집행부가 이어받아 마무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글만 받아 실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교정, 교열, 디자인 등을 계속 하다 보니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눈에 띄어 발행이 늦어진 면도 있다”면서도 “회보 발행 때문에 밤을 새거나 하진 않았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김중엽 전공의는 “무거운 주제부터 사소한 얘기들까지 공유할 수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제기할 수 있다”며 “물론 SNS를 통한 소통도 가능하지만 회보가 앉아서 깊이 시간을 갖고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동과 수술방에서 환자들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결국 전공의들”이라며 “서울대병원의 현재와 미래를 담당할 핵심 주체인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언론 매체로서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