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법을 인권포럼에서 만들어 보겠다. 꼭 강행해야 할 것은 강행하고, 보완해야 할 것은 유예, 선언적 성격인 철학도 넣어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보자.”
황우여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이 지난해 7월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인권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한 국회 인권포럼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무색하게도 국회 차원에서 추진 중이던 전공의특별법이 현재 무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우여 장관의 적극적 뒷받침 속에 치룬 화려한 개막식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실무를 맡았던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당초 올해 지방선거 전인 6월에 법안 발의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현재 1차 시안 정도만 만들어진 상태다.
이마저도 전공의들 요구안을 법률 형태로 바꾼 것이어서 대한병원협회 등 다른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없이 발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게 의원실의 판단이다.
법안 발의를 위해서는 올해 초 만든 1차 시안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이 있어야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전공의특별법이 손인춘 의원의 ‘전공 분야’가 아니고, 이해관계자와 소통의 연속성을 갖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애초 손 의원은 국회 인권포럼 활동을 함께하던 황우여 의원실 권유로 전공의특별법을 맡았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황 부총리는 직접 특별법을 추진하면 당론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손 의원에게 실무를 맡겼다.
문제는 전공의특별법이 육군 인사‧작전, 여군학교 행정학 교관 출신으로 국방위원회 소속인 손 의원의 '주요' 정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손 의원은 갈등이 첨예한 보건의료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추진해 여러 부침을 겪었고, 6월 지방선거 여파와 담당자 변경은 전공의특별법 추진에 치명적인 제동을 걸었다.
또한 특별법 제정에 가장 적극적이어야 할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그 사이 회장이 바뀌며 특별법 추진에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했고, 황 장관은 원내대표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실무자가 변경 된 후 업무 공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재 후임자가 내용을 검토한 상태인데 당장 현안이 쏟아져 이를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재추진 시점을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현재 가안에 담긴 내용들의 현실 가능성이 낮고 협의 과정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의원실의 발을 더욱 묶어두고 있다.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약속한 황우여 의원실에서는 여전히 강한 입법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직접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우여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 손인춘 의원실이 추진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계속 확인하는 것은 어려웠다”며 “손인춘 의원실에서 대전협, 복지부 등과 소통하며 추진하고 있지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장관님의 추진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현황을 파악한 후 만약 손 의원실에서 추진이 어려울 경우 다른 분에게 부탁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서라도 진행 할 것”이라며 끈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