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약가관리 제도가 국내에 도입 및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효율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정부가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생애주기별 국내외 급여 관리제도 비교 연구에서 “선별등재제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약가 일괄인하를 거쳐 건강보험 종합대책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의약품 관련 정책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총액계약제, 참조가격제를 제외하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서는 약가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이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연구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국·일본·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스위스·호주·이탈리아 등 각국의 의약품 생애주기별 관리제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사후관리만 해도 ▲유통질서 ▲약가인하 ▲장려금지급 ▲적정사용관리 ▲급여재평가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 제재를 비롯해 구입약가 사후관리, 구입청구불일치 사후관리, 사용량-약가연동제, 실거래가제, 저가약대체조제, 처방조제장려금, 허가초과약제사용승인, 기등재약제 급여재평가, 위험분담제 재평가 등 십여 가지가 넘는 정책이 도입됐다.
국내에 없는 정책은 총액계약제와 참조가격제 정도다.
진료비의 일부 혹은 전체를 총액계약제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이다. 독일은 외래 진료에 있어 '건강보험조합연합회'와 '보험의사협회'가 연간 진료비 총액을 계약하고, 그 총액을 보험의사협회에 지불한다. 이를 개별 의사가 행위별 수가대로 보상받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GDP 성장 예측치 또는 공공적자와 같은 거시지표를 바탕으로 매년 건강보험지출목표를 설정해 약품비를 관리하며 3년 단위로 의약품 가격결정 및 규제정책에 대해 제약협회와 정부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영국은 일반의 진료소에 총액으로 진료비를 지불하는 총액계약제를 비롯해 인두제와 인센티브제를 함께 운영한다.
참조가격제는 최초로 시행된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 및 모든 제네릭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로, 환자의 재정 동기를 이용해 제약사가 약가를 자발적으로 참조가격 이하가 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저렴한 제네릭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참조가격 이상 의약품을 선택하면 차액은 환자가 전액 본인부담하며, 참조가격보다 30%이상 저렴한 의약품은 본인부담금을 면제한다.
총액계약제나 참조가격제는 국내서도 몇 차례 도입이 시도된 바 있으나 아직 진전은 없다. 참조가격제의 경우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당시 보건복지부는 "건보재정 절감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제네릭 관리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여전히 동일 제네릭 수가 수백개에 이르는 등 비효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사용량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약품 참조가격 설정에 대한 검토와 임상시험 단계 환자정보부터 의료 이용 데이터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제네릭 가격산정시 품질관리 결과 반영, 동시 심사 등에만 국한된 허가-급여의 연계를 임상적 영역까지 확대함으로써 향후 신약 효과 예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계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