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같은 필수의약품 부족 사태로 홍역을 치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금년 의약품 공급 모니터링 강화, 의약품 수입선 다변화, 희귀의약품 건강보험 등재에 방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김진석 신임 원장[사진]은 21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월 25일 취임한 김 신임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대비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 기반을 구축하고, 희귀의약품의 신속하고 원활한 제공과 보험 등재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 역점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필수의약품 비축 현황 파악 미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의약품 수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김진석 원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위원이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필수의약품 컨트롤타워로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센터는 올해 현장의약품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시스템을 구축코자 한다"며 "우리가 보유한 6500품목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9000만원 정도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정보, 심평원의 의약품안전사용정보를 제공받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감염병 발생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 필수의약품 공급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대한병원약사회 등과 교류를 확대해 의약품 수급 상황도 신속하게 파악할 예정이다. 그는 "병원에서 의약품이 부족하면 바로 전달받을 수 있는 업무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 급여 등재→"93% 가격 인하"
또한 환자, 의사의 희귀필수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특히 희귀의약품의 경우 일반약보다 빠르게 보험급여 등재를 하고, 대상 품목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한 대학병원 교수가 최근에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에 대한 해외의약품조사의뢰서를 제출했다"며 "이에 가격과 구매 가능 시기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사들이 환자 치료에 필요하지만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의약품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제공해줄 것"이라며 "실제 의료진의 이용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보유하고 있는 희귀필수의약품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희귀의약품 80여종 중 20종 정도만 보험약가가 등재돼 있다.
그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관련 뇌전증을 앓는 소아에 쓰는 '에피디올렉스' 제제의 경우 3개월분을 구입하면 670만원인데, 급여 등재로 93% 가격이 인하된 44만원에 구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제약사처럼 심평원과 약가 협상을 하는데, 다른 약과 동일하게 모든 과정을 엄격하게 거친다"며 "그러나 희귀의약품의 경우 보험 등재 절차를 조금 신속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평원뿐만 아니라 복지부 지원도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약을 구하기 힘든 희귀질환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일하는 만큼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필수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약품 공급선 다변화에 노력할 계획이다. 대외환경에 따라 의약품 공급이 불안정한 사례가 최근 많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석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로 의약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상당하다"며 "의약품 생산은 물론 항공운송 파업 같은 배송 지연도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희귀필수의약품 공급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대한민국 의약품 공급의 최후 보루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진석 원장은 경상대 약대를 졸업, KAIST MBA를 마친 후 질병관리본부(現 질병관리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식약처로 소속을 옮긴 그는 한약정책과장, 대변인,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 의료기기안전국장, 경인식약청장, 식약처 차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