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박재현 대표이사의 해임안 등을 두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결국 한미약품 4인 연합 측이 승기를 잡는 모습이다.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은 서울 송파구 소재 교통회관에서 주력 사업 회사인 한미약품의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상정된 해임안과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 모두 부결됐다.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도로 열리는 이번 임시주총의 주요 안건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를 해임하고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건 등을 상정했다.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 유한회사 등 '4인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은 올 초부터 경영권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형제 측은 임시 주총에서 4인 연합 측 인사인 박 대표, 신 회장을 해임하고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 사내이사와 장 사내이사를 한미약품 이사회에 진입시킬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는 4인 연합이 이사회를 기존 4(4인 연합)대 5(형제 측)에서 6대 5 구도로 뒤집으려고 시도했지만, 이사수 확대 정관변경의 안이 출석 주주 3분의 2의 동의를 받지는 못하면서 5대5 동수에 머물렀다.
한미약품 지분의 한미사이언스가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해임 반대 의사를 밝힌 것들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박 대표, 신 회장 해임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이들 해임 건에 반대를 공식화했다. 이들 해임을 전제로 하는 사내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미약품 주총은 4인 연합 측이 승기를 잡는 형태로 마무리 됐지만,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 형제 측과의 경영권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형제 측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 매각으로 점점 지분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경영권 방어 차원의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지 않는 한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등 분쟁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주주들 사이에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좋을 게 없다"라며 "경영 상태는 물론 주가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