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대통령 탄핵, 의료계 지축 흔들리나
의료정책 궤도 수정 불가피···유관단체, 조기대선 승선 움직임 분주
2017.03.11 06:47 댓글쓰기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탄핵됐다. 헌정사상 최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탄핵소추안 재판에서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지 5개월,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된지 92일 만이다. 헌재의 파면결정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실직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박 대통령 탄핵에 따라 보건의료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추진됐던 각종 보건의료정책은 물론 조기대선에 따른 각 정당들의 보건의료 공약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들이 예고돼 있다. 뿐만 아니라 말끔한 의혹 해소가 이뤄지지 않았던 비선진료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기소특권이 소멸된 만큼 특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사진출처 청와대> 
박근혜 보건의료정책 동력 상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오던 보건의료정책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추진동력이 상실된 만큼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지난 4년 재임기간 동안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개선등 굵직한 공약들은 상당 부분 이행됐지만 원격의료와 의료산업화 등은 미완으로 매듭될 공산이 커졌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였던 원격의료는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박 대통령이 원격의료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물론 공식석상에서 여러차례 원격의료 필요성을 역설하며 애착을 보였지만 관련법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내에 원격의료 전담부서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조기대선에 따라 정권이 바뀔 경우 조직개편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규제 개혁을 통한 의료산업화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의료산업을 미래 국가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활성화에 주력해 왔다.
 
대표적인 게 바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었다. 기획재정부가 발의한 이 법은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야당은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고,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나마 현 정부가 병원 및 제약, 의료기기 수출 활성화를 위해 공을 들였던 의료해외진출지원법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의료산업 로드맵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줄기세포 등 첨단재생의료 육성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불거진 각종 특혜 의혹과 맞물리며 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병원을 위해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조건부 승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시험 규제완화 제대혈 공공관리 선정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는 의혹이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일련의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차병원의 줄기세포 무단 임상시험 등이 확인되면서 검찰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 등 첨단재생의료는 특정 병원을 위한 특혜 의혹으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의학적으로는 필요한 방향이지만 향후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월 대선, 바빠지는 단체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현실화 되면서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단체들마다 의제를 설정하고, 각 정당 공약에 진입시키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달 조기대선을 염두하고 ‘2017년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저출산 고령화 및 통일시대 보건의료 의사인력 수급 현황 및 불균형 해소 방안 실손보험 대처 방안 등이다.
 
특히 구체적인 사안으로 직역 간 면허범위 확정 보건소 기능 재편 보건부 독립과 질병관리청 신설 일차의료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의협은 각 후보들에게 이를 전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를 통해 만성질환자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상담 및 교육수가 신설 저수가 현실화 현지조사 개선 등을 제안했다.
 
간호계도 공식적으로 대선주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간호단독법 제정과 전문간호사 법제화가 간호계의 주된 목소리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간호단독법 제정과 전문간호사 업무 법제화 내용을 담은 건의문과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공감했다.
 
화상투약기 설치 등 정부 정책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한약사회는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1월에 성분명 처방 강화 대체조제 활성화 처방전 리필제 도입 약대 6년제로 학제 개편 등의 공약을 제안했다. 약사회는 해당 공약들을 대선주자들에게 전달했다.
 
환자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지난달 창립 7주년을 맞아 7대 보건의료정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상병수당 도입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정책 제안에 한창이다. 보건노조는 최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5대 프로젝트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5대 프로젝트에는 보건의료 분야 일자리 50만개 창출 메르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병원비 걱정없는 사회 만들기 노동존중 대한민국 만들기 등이 포함돼 있다.
 
비선진료 의혹 해소되나
 
탄핵 결정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서 비선진료 관련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검찰 의지에 따라 박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직접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특검이 밝혀내지 못한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비선진료 관련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검의 최종 수사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비선 의사' 김영재 원장에게 성형시술을 받고 김씨 가족 회사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데 깊이 개입했다.
 
실제 김 원장 부인 박채윤씨가 대표로 있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해외진출을 지시했고, 중동 등 대통령 순방에도 김 씨 부부는 비공식적으로 동행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부탁으로 이들 부부를 지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 씨가 김 씨 부부의 해외진출을 요청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선진료 특혜 의혹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만큼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청와대 공식 의료시스템 붕괴와 세월호 당일 시술 여부 확인도 검찰의 몫이다.
 
특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주사 아줌마', '() 치료 아줌마' 2, '운동치료 왕십리 원장'으로부터 청와대 관저에서 불법시술을 받았다.
 
김영재 원장은 '보안손님' 자격으로 청와대 관저를 출입하며 박 대통령에게 보톡스 시술을 했고, 또 다른 비선의사로 지목된 김상만 차움의원 원장도 대통령을 진료했다.
 
현재 김 원장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부인 박채윤 대표는 뇌물공여죄로 기소됐다. 김상만 차움의원 원장 역시 불구속 기소 상태다.
 
또한 대통령 자문의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와 순천향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구속은 피했지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앞서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및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 조사기간 부족 등으로 비선진료 의혹 규명에 아쉬움을 피력한 만큼 향후 검찰의 추가 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대진.정승원.김성미 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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