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정부가 재택치료 및 신속항원검사(RAT) 등 새로운 방역관리체계를 가동시켰지만 초반부터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속항원검사 4명 중 1명 ‘위양성’
설 연휴가 끝난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동네 병·의원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와 관련해서는 검사 정확도에 대한 지적과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월 3일 광주, 전남, 경기 평택과 안성 등 4개 지역 41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달 26∼31일까지 신속항원검사 8만4000건이 시행됐다. 이 가운데 0.8%인 687건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 양성 후 진행한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뜬 경우는 523건으로 집계됐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로 연계해 확진 여부를 판별하게 된다.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최종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는다.
나머지 23.9%(164건)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PCR 검사에서는 최종 음성으로 확인됐다. 신속항원검사상 양성 판정을 받은 4명 중 1명은 실제 감염되지 않은 '위양성‘인 것이다.
위양성은 이후 PCR 검사에서 다시 걸러지지만, 실제 확진자가 음성으로 나온 위음성의 경우 이를 보완할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신속항원검사상 음성이 나온 경우에는 비교적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일부 위음성 가능성을 감수해도 음성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신속항원검사 특성상 양성에는 정확도가 떨어져 다시 PCR 검사를 시행하고, 음성은 상당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며 "양성자가 음성으로 나올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손 반장은 "우선검사대상자가 아닌 일반 대상군의 경우 신속항원검사 이후 PCR 검사 진단 과정에서 (정확도 저하로) 확진률이 일부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계에선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가 감염자 10명 중 6명은 ‘음성’으로 판정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일반인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사용해 검사를 한다면 정확도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속검사‧재택치료 참여 병·의원, 첫날 343곳 불과
신속항원검사와 재택치료 관리를 실시하는 동네 병·의원 참여율 또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진료체계 전환에 맞춰 코로나19 검사·치료에 참여하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명단을 3일 오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먼저 참여 의료기관 명단 공지가 지연됐다는 지적이다. 당장 오전부터 동네 병·의원의 검사·진료가 시작됐지만, 정오가 다 돼서야 참여 병·의원을 알린 것이다.
참여 의료기관 수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호흡기진료의료기관으로 신청한 동네 병·의원 1004곳 중 첫날인 3일부터 이를 적용·시행하기로 한 곳은 343곳이다.
이들 343곳 중 182곳이 이날 오전, 20여 곳이 오후부터 운영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검사 가능 기관 수보다 작은 규모다.
심지어 실제 운영을 하는 의료기관은 더욱 적었다. 3일 오전 기준 새 검사·진단 체계에 참여하는 곳은 전국 207개 동네의원 뿐이었다. 예상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수도권은 참여기관 부족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 참여 의료기관은 ▲서울 19곳 ▲경기도 17곳 등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연휴 직후 일반환자 수요가 늘어서 코로나19 검사기관 수가 당초보다 줄었다"며 "동선 관리와 방역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해 며칠 여유를 두고 시행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휴와 맞물려서 검사키트 배송이 늦어지는 문제도 있다. 의료기관에서 바로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의료기관에 따라 검사 수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참여 신청을 하겠다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택치료 우왕좌왕…대상자 지침 전달 지연 다반사
재택치료 현장도 혼란스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때 정확한 지침이 하달되고 있지 않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확진자 A씨는 지난달 31일 양성 문자를 받았지만, 4일째 보건소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확진자 B씨는 “타지역은 확진 당일에 구호 물품도 오고 전담 의사와 연결되는데 내가 사는 곳은 감감무소식이다. 벌써 4~5일째 재택치료와 관련한 연락이 없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재택치료 과정 자체에 대해 ‘허술하다’고 느끼는 반응도 적잖았다.
재택치료 대상자 C씨는 정부가 제공하는 재택치료 키트에 대해 "감기약과 체온계 등을 받았는데 감기약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기약보다 치료제를 줬으면 좋겠다. 또 거주지가 아닌 다른 자치구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데이터가 넘어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확진 전화를 받고도 하루 넘게 방침이 없어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택치료 대상자 D씨는 "무증상이지만 의료진과 면담 없이 자가 진단만 내고 격리 해제됐다"고 의아해하며 "혹시 몰라서 추가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