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국내 토종 의료기기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신약 개발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등 유망한 의약품을 확보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다만 당장 사업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리스크도 커지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비엔씨와 세종메디칼이 나란히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한국비엔씨는 국산 1세대 필러 기업 중 하나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알루론산 유착 방지재, 콜라겐 창상피복재를 개발한 기업이다. 현재 히알루론산 필러를 비롯한 미용성형 제품과 의료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비엔씨는 2019년 코스닥에 상장 후 신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당뇨 비만 등 펩타이드 의약품으로 비만 치료제 삭센다펜주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23년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2024년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해 2025년 품목허가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충남 세종에 있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생산시설을 구축해 최근 용고형체 의약품 제조시설에 관한 GMP 적합판정 승인을 받은 상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치료제 사업에도 나섰다.회사는 대만 제약사 골든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도입한 코로나19 치료제 안트로퀴노놀 국내 판권을 체결했다. 현재 한국은 물론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점 제조와 판권을 확보한 상태다.
골든바이오테크놀로지는 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안트로퀴노놀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비엔씨와 함께 복강경수술 의료기기 전문기업 세종메디칼도 신약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세종메디칼은 지난해 10월 바이오 헬스큐어 기업 제넨셀에 113억원을 투자하며 대주주에 올라섰다.
2010년 설립된 세종메디칼은 복강경 수술기구, 미세침습기기, 에너지 디바이스 의료기기 제조 등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세종메디칼이 인수한 제넨셀은 강세찬 경희대학교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교수가 개발 컨소시엄을 맡고 있는 바이오 기업이다. 천연물 담팔수 유래 성분을 원료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국내 2b/3상 IND 승인을 신청했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임상도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등을 포함한 바이오 신약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임상 절차가 속도 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는 한편 기업 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파이프라인과 임상 절차 지원 등 중장기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신규사업 및 투자 유치, 기업공개(IPO)등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에 적자전환 등 재무구조는 '아슬'
업체들의 신 사업 진출에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잇단 투자에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실제 세종메디칼은 2020년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5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에는 영업손실이 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어난 180억원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손실은 59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한국비엔씨는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한국비엔씨는 지난해 영업손실 115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9.9% 늘어난 252억원을 보였으나 당기순이익은 -1735억원으로 폭이 커졌다.
한국비엔씨는 각종 비용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가 지금까지 확보한 자금만 2034억원에 달한다.
그중 채무상환자금이 288억원, R&D 운영자금 1253억원, 시설자금 461억원, 기타 32억원 등이다. 절반 이상을 R&D 비용으로 사용했지만 의약품 사업 성과가 발생하기 전까지 당분간 투자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비엔씨는 코로나19 치료제인 안트로퀴노놀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으나 현재 두 국가가 전쟁 중인 만큼 향후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비엔씨 관계자는 “세종 GMP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순차적으로 실적도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