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보건복지부가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의 질 관리를 위해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EMR 인증이 의료질평가의 시범지표로 반영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전체 의료기관의 92.1%가 EMR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업체의 시스템을 사용하다 보니 호환이 어렵고, 단순 솔루션에 기반한 영세·중소 EMR 업체 간 가격 경쟁 등으로 정보화 보안 문제도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EMR 인증제도를 준비해 왔고, 내달 공청회를 시작해 오는 10월 본격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6월21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 공청회’에서 오상윤 의료정보정책과장은 “EMR 표준화 및 안전하고 체계적인 정보관리를 통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인증제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인증 신청은 개발업체와 의료기관 모두 가능하다.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며, 만기 도래시 신규 인증을 신청해야 한다. 유효기간 동안에는 인증 기준이 변경되더라도 재인증이 필요 없다.
인증 대상이 되는 시스템 유형은 ▲외래서비스만 제공하는 의원급 ▲통상적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의원 및 중소종합병원 ▲지역거점병원 수준의 종합병원 이상에서 사용되는 시스템으로 나뉘며, 인증기준 영역은 ▲기능성(최대 74개항목) ▲상호운용성(10개) ▲보안성(13개) 총 세 가지다. 인증기준 영역 가운데 필수 항목이 적합 평가를 받으면 인증되는 방식이다.
오상윤 과장은 “7월까지 공청회 및 행정예고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8월에 인증제 운영고시 제정을 발령해 10월부터는 의료기관 및 의료정보개발업체의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제품을 대상으로 본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증 신청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복지부는 참여 기관에게 인센티브 부여를 고려 중이다.
오 과장은 “EMR인증을 내년도 의료질 평가의 ‘전달체계 및 지원활동 영역’ 시범 평가 지표로 반영할 예정이며 인증제 본 사업 추진 시 정보관리료 등 수가 가산을 검토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인증제는 의료기관 돕기 위한 것으로 현장 의견 충분히 경청”
이날 공청회에서는 병원 관계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주로 EMR을 개발하는 업체의 인증과 이를 직접 사용하는 병원의 인증 과정에 대한 차이에 관한 것이었다.
공청회에 참석한 A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 의료원 산하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같이 있는데 이미 인증 받은 하나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EMR에 맞는 기준으로 다시 신청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또 다른 B대학병원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EMR을 사용하는 병원은 외부 업체의 EMR을 사용하는 병원과 달리 이중으로 인증을 받는 셈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연자로 참석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관익 단장은 “EMR인증은 시스템 개발 업체가 신청하는 것과 EMR을 사용하는 병원이 신청하는 경우로 구분되는 것”이라며 “병원이 인증을 신청한다면 병원이 사용하는 EMR이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지 평가하게 되고, 이미 인증 받은 EMR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해당 시스템이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사용인증’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C대학병원 관계자는 “인증 신청 시 이미 인증 받은 업체 제품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인증된 EMR을 사용하더라도 병원에서 실제 가동이 잘 되는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굳이 인증 받은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사용인증 항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인증제도와 차이가 있는지 궁금한데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조경희 교수(일산병원 가정의학과)는 “사용인증은 말 그대로 해당 EMR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면 되는 것”이라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앞으로 구체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EMR인증제는 병원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라며 “지금은 제도의 단계를 쌓아올리는 과정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