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따르면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치료재료가 별도 산정 등의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의료서비스 제공에 종종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 봉합사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봉합사는 제품 질에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 영업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봉합사는 소모적인 장비 가운데서도 중요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일부 수술의 경우에는 환자에게 불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예로 최근에는 제왕절개시 봉합사보다 의료용 피부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이 합병증을 줄이고 흉터를 적게 하는 데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박인양 교수팀이 제왕절개 수술 후 의료용 피부접착제로 봉합한 산모 209명과 기존 수술법인 봉합사로 피부를 꿰맨 산모 208명을 비교 조사한 결과, 의료용 피부접착제로 봉합한 산모의 수술 부위 합병증 발생 비율이 3.4%로, 봉합사를 이용한 산모의 비율인 5.3%보다 낮았다.
하지만 제왕절개 수술이 포괄수가로 묶여있어 가격 차이가 10배 이상 나는 피부접착제를 선택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A업체 관계자는 “봉합사는 저렴한 경우 천 원 대에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의료용 접착제는 대략 4~5만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도 “정부에서 시범사업 진행 중인 신포괄수가 제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겠지만 업체는 납품 가격을 낮춰야 할 우려가 있다”며 “합리적인 지불제도와 산정배수 문제 개선, 별도산정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치료재료 별도 산정 등 수가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1월 중 도입할 것이 예상되는 2차 상대가치 개편 3단계 점수 적용에 의하면 수액유량조절기, 수액역류방지 밸브 등수액세트 비용 적정 보상을 위해 관련 수가가 인상된다.
또 환자와 의료진에게 알러지 및 각종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분말 처리된 수술·진료용 장갑의 제조, 수입 및 판매가 금지됨에 따라 관련 수가도 개선될 방침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제왕절개 등 포괄수가 적용을 받던 항목에 대해 원가를 분석해 수가 수준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안과-백내장수술 ▲이비인후과-편도수술 및 아데노이드 수술 ▲외과-항문수술, 탈장수술, 맹장수술 ▲산부인과-제왕절개분만,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 등에 대해 수가 수준 재설정 혹은 일부 비포괄 항목 허용 가능성에 대해 연구할 방침이다.
정부의 수가 개선 시행으로 일선 의료기관 및 업체들 불만이 줄어들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적자원 투입이 많지만 저평가된 행위에 대해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수가 개선을 통해 환자 안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