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넣고 붙여넣고….' 이중게재와 표절 등으로 얼룩졌던 국내 의학계 학술지에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전망이다.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은 최근 '학술지평가사업과 관련 윤리항목 심사내용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학술지평가 관련 심사항목 변경계획안'을 발표했다.
학진은 해마다 국내 학술지의 질적 향상을 위해 편집위원의 연구실적 및 논문 게재 거부율, 투고자 지역적 편차 등을 심사해 국내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후보)학술지를 선정해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 학술지를 발행하는 단체는 윤리규정의 제정과 표절∙중복게재, 연구 부정행위 등에 대한 심사와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2007년에 윤리규정을 제정했다면 학진 심사에서 1점이 가산된다.
이 같은 학진의 방침이 전격 발표되자 대한의학술지편집인협의회도 최근 제정, 공고된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 을 토대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30일 대한의학술지편집인협의회 윤리위원장 함창곡 교수(한양의대)는 "국문 규정에 따라 윤리 규정 및 표절/중복게재/연구부정행위 등 모든 연구 윤리와 연계된 사항은 심사 및 처리 절차를 의편협에서 제정한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편협은 '윤리항목 심사내용 강화' 항목과 관련해 의편협의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을 준용하고 이 같은 내용을 기술하는 것을 인정키로 협의했다.
또 2008년 학술지평가 내용평가 항목에 따라 '연구윤리 강화활동의 구체성 및 엄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 윤리과 관련된 학회 자체 활동 사항에 대해서는 이후부터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함창곡 교수는 "아직까지 완전히 뿌리 뽑힌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대한의학회 산하의 상당 수 학회들이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체 정화 노력에 나서고 있다"면서 "점차 더 개선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과 움직임을 반영해 의편협은 이후 국내 의학논문의 '이중게재' 실태를 비롯 현황 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올 2월 의편협은 50~60명에 이르는 편집인들을 대상으로 편집인아카데미를 실시하기도 했다. 함창곡 교수는 "비록 작은 움직임이지만 '논문없는 국내 학술지'라는 꼬리표를 떼고 왜곡된 연구윤리를 바로잡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함창곡 교수는 "그 동안 자기 표절이 암암리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정량적 교수 평가 시스템과 개인의 과욕, 표절에 느슨한 학회 내 분위기가 중첩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학술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