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세월호·이태원 참사
의료기관, 위기 상황 속 병상 비우고 현장출동 구조···"재난의료시스템 중요"
2022.11.02 05:55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서울·경기 소재 의료기관들은 사상자 수용 및 치료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와 관련, 현장 통제가 미흡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료기관들은 재난대응 매뉴얼에 따라 분주하게 대응했다. 병상을 미리 비우고, 재난의료지원팀을 현장에 출동시키고, 피해자 신원조사에 협조하고, 사망자를 영안실로 안치했으며, 현재도 일부 병원은 부상자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서해 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등 지난 30년 사이 대한민국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대규모 재난 속에도 권역 의료기관들 노력이 있었다. 데일리메디가 재난 속 의료기관들 대응 활동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20세기, 훼리호 침몰 및 도심 속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1990년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낳은 재난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던 삼풍백화점 북쪽 건물이 20여초만에 무너지면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다쳤다. 


구조 시작과 함께 현장과 가장 가까웠던 강남성모병원(現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영동세브란스병원(現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現 삼성서울병원), 방배 제일병원, 강남제일병원, 테헤란병원, 서초병원, 김두순의료원, 선릉 필병원, 개포병원 등이 부상자를 바삐 치료했다.  


당시 최신식 대형 응급센터를 갖췄던 강남성모병원은 응급의학과장이었던 김세경 前 가톨릭의대 교수를 필두로 응급처치반을 꾸려 환자 중증도 분류에 우선 집중했다. 


의사·간호사·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20여 명을 사고 현장에 보냈으며, 응급센터 내 회의실을 임시 응급병실로 개조해 기존 환자들을 옮겨 밀려드는 사상자를 당일 밤까지 계속 받았다. 


구조 작업이 장기화되고, 긴급 상황은 지났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부상자 및 사망자가 늘면서 의료기관들은 병실료·치료비 보험 청구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강남성모병원은 250여명, 삼성의료원은 60여명 등을 치료했지만 한동안 상당수의 환자의 신원 확인이 불가했으며, 이름이라도 남겨 놓은 환자는 전화번호부 책자를 뒤져가며 연락처를 찾았다는 전언이다. 


삼풍백화점 사고에 앞서 도심 한복판 참사는 불과 8개월 전에도 있었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가 무너져내렸다. 


당시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 및 출근 중이던 직장인 49명이 한강으로 추락해,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구조자들은 현재는 폐업했거나 이름이 바뀐 방지거병원, 민중병원, 성내중앙병원, 동부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됐다. 사망자들은 가톨릭병원, 한라병원, 서울중앙병원, 한양대병원, 동부성심병원 등에 안치됐다.   


전년도인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362명을 태운 여객선 서해 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해역에는 경찰 헬기·해경 헬기·해군 고속정 등이 출동해 구조에 나섰다. 


구조된 생존자들은 부안 혜성병원을 비롯한 전북대병원·예수병원·영동병원·고창종합병원·군산의료원 등에 분산 수용돼 치료를 받았다.  


21세기, 대구지하철·경주 리조트·세월호 이어 이태원 발생   


1990년대의 대규모 재난이 부실 공사 및 규정 위반 등으로 일어난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가운데, 적절한 이송체계 등 재난의료시스템 속 의료기관 역할도 점차 부각돼왔다.


재난은 2000년대 들어서도 이어졌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한 승객이 전동차 안에서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 등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화상을 입거나 연기에 질식해 위독한 상태로 구조된 환자들은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곽병원, 영남의료원 등 대구 시내 병원들로 옮겨졌다. 


일례로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한꺼번에 들이닥친 불에 그을린 환자들을 식별할 수 없어 발바닥을 닦고 펜으로 숫자를 적어 환자를 구분했을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약 10년 뒤인 2014년 2월 17일 오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천장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됐다. 신입생 환영회 중이던 대학생 9명 과 이벤트 직원 등 10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다쳤다.  


사상자들은 가까운 울산시티병원을 포함해 울산좋은21세기병원, 계명대경주병원, 동국대경주병원, 경주굿모닝병원, 경주중앙병원, 동강병원, 침례병원, 좋은삼정병원, 해운대백병원 등에 이송됐다. 권역 응급의료센터였던 울산대병원은 현장 출동하고 중증환자를 받아 치료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 2014년 진도 팽목항 
불과 2개월 뒤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고등학생 등 304명의 사망자와 142명의 부상자를 낳은 참사였다.


사고 인지 후 보건복지부는 재난의료 프로토콜을 발동,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목포한국병원과 인근 보건소들은 진도 팽목항에 재난의료지원팀을 꾸려 출동했다.


인근 응급의료기관들은 중환자실과 병상을 준비했다. 구조된 부상자들이 중증도 분류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 전남대병원이 2차 재난의료지원팀을 파견했다. 


추가로 발견될 구조자 치료를 위해 현장에 설치된 응급의료소에는 파견된 의료진이 대기했으며, 중증환자들은 헬기를 통해 목포한국병원에 이송됐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좁은 길에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1일 오후 기준 총 156명이 목숨을 잃고, 151명이 다쳤다.


지난달 30일 오전 2시40분경 서울·경기 내 14개 재난거점병원에서 총 15개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파견하고, 서울·경기응급의료지원센터가 출동해 현장 의료지원에 나섰다. 


사상자들은 현장과 가장 가까웠던 순천향대서울병원 및 국립중앙의료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고대안암병원, 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등 18개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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