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우려감 큰 '응급의료 활성화 대책'
진료현장 전문가들, 병협 정책간담회서 비판 봇물…"탁상행정에 부작용 초래"
2023.03.01 06:17 댓글쓰기



정부가 국민들이 적재, 적소, 적시에 응급의료를 받도록 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진료현장은 냉담한 반응 일색이다.


궁극적인 지향점에는 공감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간극 차를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대감보다는 관련 정책이 초래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대한병원협회가 28일 LW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개편방안 좌담회’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탄이 쏟아졌다.


가장 본질적 문제인 인력, 수가, 지역 불균형을 간과한 채 ‘제도’라는 인위성과 규제성으로 해결하겠다는 단편적인 접근법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가득했다.


대한응급의학회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작금의 응급의료 공백 원인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지목하고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삶의 질 보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형민 회장은 “정부 목표대로 모든 국민들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진료현장 인력난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동안 응급의학과 전문의 50~70명이 응급실을 떠났다”며 “사명감으로 버티기에는 감내해야 할 근무환경이 너무 가혹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응급의료 개선 의지는 고무적이라고 평했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명제”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개선 방향은 맞지만 단기적인 해결책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세부적인 응급의료 활성화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진료현장에서 일하는 젊은의사들과 소통하며 개선책을 모색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다양한 측면에서 정부의 계획안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우선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잇단 분원 설립에 따라 응급의료 인력 수요는 증가하고, 결국 지방병원들의 인력 이탈을 부추겨 지역 응급의료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대학병원들은 응급실 과밀화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고,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응급실 내원 환자의 고령화 문제와 응급의료기금 증액 필요성을 설파했다.


"정책 지향점은 공감하지만 방법론에는 반감"

"대학병원 잇단 분원 설립 경쟁, 필수의료 씨 말린다"

"진료과 수입, 돌려막기 하는 현실"


대한병원협회 유희철 기획위원장은 정부의 응급의료 기본계획 성공 여부는 △인력 △수가 △지역에 달렸다고 말했다.


적정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하고, 보상과 직결된 수가, 수도권과 지방의 간극 차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희철 기획위원장은 “지방은 수도권보다 1.5배 이상 임금을 보장해도 의사 구하기가 힘들다”며 “의사를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구하라는 정책”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기승전 수가라는 지적을 감수하더라도 현행 수가로는 병원을 유지하기 조차 힘겹다”며 “진료과별로 수가 돌려막기 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진식 부회장은 정부의 섣부른 정책, 모호한 정책이 일선 병원들에게 적잖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진식 부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응급의료 인력난,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등을 얼마나,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인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권역응급의료센터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큰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응급의료 문제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치가 아닌 절대적 부족에 기인한다”며 “추가 자원 배치 유도하는 정책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내건 ‘최종치료’라는 개념으로 환자들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그랬다”며 “병원 종별 역할 정립 설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의료현장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큰 방향성이 제시돼 있는 만큼 향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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