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사는 정모(36·여)씨는 둘째를 임신했지만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려면 20㎞가 넘는 해운대신도시까지 차를 타고 30분가량 이동해야한다.
2011년 인구 10만명을 돌파한 부산 기장군에 산부인과가 1곳뿐이기 때문이다. 기장에서 유일한 이 산부인과도 의원급으로 출산시설과 입원실이 없다.
8년전 문을 열때는 출산을 할 수 있는 의료시설을 갖췄으나 병원 경영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없앤 것이다.
출산 장비와 시설이 뛰어난 인근 해운대와 부산 시내로 출산을 하러가는 산모들이 많아지고 기장에서 출산을 희망하는 산모가 줄어 병원입장에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정씨는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를 가고 싶지만 기장에는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며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료진과 바로 산후조리까지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있는 해운대에서 검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3만명의 정관면 정관신도시에는 신축건물에 산부인과를 개원하면 2년간 2개 층 1천586㎡ 규모 시설 임대료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상가건물주의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이 상가 건물 관계자는 "정관신도시에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아 건물 2~3층을 산부인과로, 4~5층을 산후조리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1월중순 이 건물 외부에 '무상 임대' 플래카드를 내걸었으나 아직까지 임대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산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24시간 근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그에 따른 의료장비와 인력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시대를 맞아 산부인과병원들이 경영난을 겪는 것도 기장군에 출산 시설을 갖춘 산부인과가 개업하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로 일부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진료과목을 바꾸거나 월급의사로 나서면서 산부인과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기장군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일반 농어촌지역에서는 대도시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지만 해운대까지는 30분이면 갈 수 있는 기장군은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생기기 힘든 지리적 여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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