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쉽지 않은 과제 쌓이는 문형표 복지부장관
2013.12.15 20:00 댓글쓰기

[수첩]임명때부터 적지 않은 홍역을 치른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첩첩산중에 홀로 있는 모양새다.   

 

문 장관은 진영 전 복지부 장관 후임으로 거론된 이후 바람 잘 날이 없다. 연금에 치우친 경력 탓에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 부재 논란이 일었고, KDI 연구원 출신이란 점 때문에 보건복지장관으로서의 철학을 의심받았다.

 

장관으로 임명된 지금까지도 그 풍파는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법인카드 사적 사용에 대한 의혹이 해명되지 않았다며 문 장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실제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애초 여야가 합의한 이영찬 차관이 아닌 문 장관이 출석하려 하면서 파행을 빚었다.

 

지난달 26일에는 민주당이 당시 문형표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복지위 전체회의를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문 장관은 장관 취임 후 첫 국회 데뷔 무대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하고 “청문회 등 임명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 장관 앞에 놓여 있는 또 다른 산은 국회 앞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도 있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5일 원격의료, 영리병원 허용 등 현안에 반발하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했다. 2만여 명에 가까운 의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고 정부의 원격의료 등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외부에 표출했다.

 

이 자리에서 의협 노환규 회장은 대회사를 하던 도중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정부가 말로는 원격의료 도입과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의료를 살려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의료계에 칼을 겨누고 있다”며 "끓어오른 의심(醫心)을 반드시 투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의협은 내년 1월11일 총파업 출정식을 가진 후 반나절 휴진투쟁 여부를 결정짓고 만약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에는 곧바로 전면 파업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보건의료 분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알게 됐다는 초보 장관에게 의사들의 대규모 단체행동은 힘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한 차례 진행한 의협과의 대화가 별 소득 없이 끝난 터라 더욱 그렇다.

 

제약계가 결사 반대를 외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역시 문 장관이 혜안을 발휘해야 할 숙제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최근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논란 수습도 그의 몫이다.

 

의료기관이 자법인을 설립해 부대사업을 확대하고 의료법인 간 합병(M&A)을 허용한 것이 그 골자인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철도민영화에 빗대 의료민영화 괴담으로 치닫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 보건의료노조, 시민단체, 야당 등이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비록 제한적이지만 의료기관이 외부 자금을 투자받을 길을 열어준 것에 대해 시민단체는 대책이 발표된 당일 "이는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해 먼저 연 뒷문’"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 이명박 정부 때도 현 정부가 제시한 정책이 추진된 바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결국 좌초됐다. 시민단체 뿐 아니라 야당을 설득하고 동의를 끌어내는 것 역시 그가 해결하고 넘어야 할 과제이자 산이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등장할 KDI 연구원 출신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의 철학은 그가 미리 염두에 둬야 할 준비물이다.

 

진영 전 복지부장관은 “내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다. 예산은 기재부가, 인원은 안행부가 꽉 쥐고 있어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장관 직을 반납했다.

 

3선 국회의원에다 대표적인 친박 실세 장관으로 꼽힌 그가 느낀 복지부 장관직의 무력감이 이제 막 시작한 문 장관에게서 느껴진다면 과한 것일까. 첩첩산중에 갇힌듯 한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줄 구세주는 과연 누구일까. 

 

그는 작금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까. 세종시 이전 후 장관의 새로운 시작이 갑오년에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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