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실시…개원가 어수선
의협 "정부 상시 협의 논의 필요, 소아청소년 휴일·야간 상담 허용 유감"
2023.06.01 05:19 댓글쓰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을 하루 앞두고 개원가가 술렁이고 있다. 대상 환자 범위 및 가산수가, 책임 소재 등이 논란거리다. 


의료계는 지난 5월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획을 확정, 6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하는 데 대해 "졸속 행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대면진료 원칙 및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공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위해선 의료인들 협조와 참여가 필수적인 바, 정부는 계도기간 동안 우리와 상시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코로나 위기 경보가 낮아지면서 입법 공백을 막고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한다"며 "의료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설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시범사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참여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등 제대로된 준비 없이 진행되는 부분은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처럼 개원가가 정부의 시범사업 최종안에 갖는 불만은 세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먼저 초진 가능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소아의 경우 초안에는 심야·휴일에 초진과 처방 모두 허용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는 휴일과 야간에 초진을 허용하되 의학적 상담만 가능토록 수정했다.


이와 관련,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청소년과는 대면진료를 해도 오진을 하기 쉬워, 그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거나 거액의 민사 배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그럼에도 소아 비대면 진료 강행은 현장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아이들 목숨을 걸고 의사들에게 도박을 하라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개원가, 가장 민감한 법적 책임소재 사안 명확히 하지 않은 점 불만


의협도 "소아청소년 환자군 특성상 비전형적인 증상과 그에 따른 빠른 대처를 위해 대면진료가 필요하지만 의료접근성 및 편의성을 이유로 휴일, 야간에 한해 비대면 진료 상담을 허용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약국에 가산수가를 지급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택배로 약을 받는 환자 대상이 극히 적은데도 약국관리료 및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의 30%를 더해 지급한다는 점이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수가는 진찰료 30% 수준으로 추가 지급한다"며 "문제는 비대면 진료로 병원은 안 가지만, 약 배송은 금지하는데 가산 수가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가기 어려워 비대면 진료를 받는 환자가 약을 타기 위해 직접 약국을 찾아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정부의 조급한 정책 추진으로 국민 세금이 줄줄 샌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개원가에선 가장 민감한 책임소재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점도 불만 요인이다. 향후 의료 분쟁 발생 시 의사들이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코로나 시국에는 환자 증상이 비슷해 진단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고, 정부가 책임을 졌다"며 "그러나 시범사업에는 이런 부분이 담겨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의료소송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보상액 규모도 커지고 있는데 대면진료와 비교해 여러 모로 한계가 있는 비대면 진료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부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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