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나 때는 말이야” 요즘 기성세대들이 신세대와의 대화 전 가장 망설여지는 문장이다. 이 말을 꺼내는 순간 신세대 사이에서 일명 ‘꼰대’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단체보다 개인이 중요한 신세대는 회사 동료와 업무시간 외 사적 교류를 꺼리고 기성세대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 입을 닫으니 소통 부재로 세대 간 격차는 악화되기 일쑤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혹독한 세대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알아보는 담론의 장(場)이 마련됐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병원홍보, 신구(新舊)를 논하다’라는 주제를 개최한 대한민국 의료 PR 포럼 토론회에서는 각 세대 대표주자들의 치열한 입담대결이 펼쳐졌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들은 '병원홍보'라는 동일 주제를 놓고 각자의 시선에 평소 느꼈던 소회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물론 전제는 세대 갈등의 간격 좁히기였다. [편집자주]
“말이 잘 안 통해요” 기승전 소통의 문제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세대격차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였다. 기성세대는 자기주관이 강해 소통을 회피하려는 신세대의 태도를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임종성 신사업본부장 겸 홍보팀장은 “퇴근 후 회식 등을 통해 팀원 간 친목을 쌓아야 하는데 요즘 친구들은 그런 자리를 싫어해 권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과거에는 매력이었던 시간들이 이제는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좋게 지내다가도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말을 안 하고 외면해 소통을 차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대학교병원 함영환 대외협력홍보팀장 역시 “요즘 후배 직원들을 보면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많지만 세대차이를 느끼거나 갈등을 겪는 것은 소통의 부재가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대가 소통을 거부하는 경향은 위기나 문제에 봉착했을 때 더욱 잘 드러난다”며 “자기주장이 강하고 소신이 있어 도움을 구하지 않으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더욱 복잡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신세대는 특정 대답을 강요하는 소위 말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의 태도를 구세대 소통 방식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국제성모병원 홍보팀 이유형 계장은 “물론 경험이 많은 기성세대가 올바른 답을 줄 수 있지만 후배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따로 있고 가끔은 정답에 더 가까울 때도 있다”며 “미리 답을 정해두고 유도하는 방향보다 알아서 해보라고 믿고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반격했다.
서울대학교병원 홍보팀 조휘수 사원 또한 “과거 선배가 본인이 틀릴 수 있음을 전제하고 내 생각을 물었을 때 멋진 상사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신세대도 인간적으로 먼저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좌측 강동경희대병원 임종성 홍보팀장, 우측 울산대병원 함영환 대외협력홍보팀장
"직장↔삶은 별개" vs "회식도 업무 연장선"
직장과 개인 삶 사이의 밸런스를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인식 또한 신·구세대 사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신세대는 직장에 대한 어느 정도 충성심은 필요하지만 직장과 개인의 삶 사이에 구분선을 명확히 그었다.
조휘수 사원은 “직장과 개인의 삶이 분리된다고 생각하는 신세대와 달리 기성세대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다”며 “병원에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가 나가면 본인의 일처럼 분개하는 등 직장을 곧 본인의 삶이라 생각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성세대들이 업무로 만난 관계지만 기자와 호형호제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업무를 유기하겠다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업무로 만난 관계는 업무에서 끝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유형 계장 역시 “홍보팀 직원으로서 병원에 일정 부분 충성심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있어야 병원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나의 삶과 직장은 어느 정도 구분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종성 팀장은 “ 세대 차이는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데 퇴근 후 회식 참여가 대표적”이라며 “우리 때는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워 생각하는 흐름이었는데 요즘은 개인에 더 가치를 두니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10년 이상 같이 근무한 친구들도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홍보팀은 병원의 입이자 머리이기 때문에 다른 부서보다 충성심이 더 강해야 하고 소통이 중요한데 타부서는 커녕 내부에서도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환 팀장 또한 “근무시간에 나눌 수 있는 얘기는 한계가 있다”며 “업무 외에도 따로 시간을 투자해 사생활 등을 공유하며 개인적으로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좌측 서울대병원 조휘수 홍보팀 사원, 국제성모병원 이유형 홍보팀 계장
신구세대 동일하게 공감한 병원홍보 지향점 ‘SNS’
기성세대와 신세대 모두 미래 병원홍보의 지향점으로 ‘SNS’를 지목했다.
이유형 계장은 “최근 병원들은 SNS 운영자나 편집자 등 온라인 홍보 관련 직군 채용을 늘리고 있다"며 "언론홍보도 중요하지만 무게중심이 점점 언론에서 대중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종성 팀장 또한 “지금은 업무가 너무 다양하고 시시각각 변화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는 시대”라며 “지금도 많은 대형병원에서 SNS 등 전문 채널을 운영하기 위한 전문 직원을 뽑고 있는데 유튜브 등 플랫폼이 너무 빠른 속도로 자주 바뀌어 기성세대로서 빨리 쫓아가지 못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신세대 측에서는 숫자 중심이 아닌 이야기 중심의 홍보가 더 효과가 높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조휘수 사원은 “과거 병원홍보 성과는 보도횟수 등 정량적 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이는 일반인 시작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량적 수치에 연연하기 보다 정성이 담긴 사회공헌 활동, 의료진 능력보다 인품이 담긴 이야기 등을 발굴하면 병원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