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국내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임상시험 전체 프로토콜 수는 늘었지만 3상은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개선, 획기적 인센티브 등으로 무장한 중국, 호주, 스페인, 대만 등 경쟁국가의 선전으로 한국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원장 지동현)은 7일 세계 최대 임상시험 레지스트리인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신규 등록된 제약사 주도 전세계 의약품 임상시험 전체 프로토콜 수는 4346건으로, 전년도 4157건보다 4.5% 증가했다. 지난 2016년부터의 급격한 감소세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이중 1상 임상시험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상과 3상 임상시험은 각각 9.8%, 18.9% 증가, 글로벌 임상시험 증가를 이끌었다.
한국이 참여한 임상시험 전체 프로토콜 수는 전년대비 2.9% 늘었다. 이 중 1상과 2상 임상시험은 전년대비 모두 두자리수 증가를 보이며 글로벌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3상 임상시험은 전년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로 다국가 임상시험의 감소에 기인했다.
전세계 다국가 임상시험 프로토콜 수는 780건으로 전년대비 12.7%, 한국의 다국가 2상 임상시험도 42.9% 증가했다. 하지만 다국가 3상 임상시험은 10.1% 감소하며, 한국 임상시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승인시간 예측성 확보 및 단축, 관세면제, 세제 인센티브 등 정부 차원 지원 절대적 필요"
한국은 전세계 프로토콜 점유율과 순위 모두 소폭 감소했다. 점유율은 2017년 3.51%에서 2018년 3.39%로 0.12%p 줄며, 글로벌 순위는 스페인의 6위 진입으로 전년대비 한 단계 하락한 7위를 기록했다.
재단 관계자는 “임상시험 관련 규제 개선과 획기적 인센티브 시스템 등을 도입한 중국, 호주, 스페인, 대만 등 경쟁국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자국 내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관리감독총국(CFDA)은 60일 이내 임상시험 승인원칙을 내세워 인력확충, 승인절차 간소화, 우선심사제도 확대, 임상시험 실시기관 기준 완화, 해외 임상데이터 수용 등의 개혁을 추진 중이다.
2018년 중국의 전체 임상시험은 전년대비 34.4% 증가하며 글로벌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프로토콜 점유율은 3.70%에서 4.66%로 0.96%p 증가하며 글로벌 순위는 5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호주 역시 기존의 임상시험 승인통지체제(Clinical Trial Notification)로 적었던 규제 부담에 더해 최대 43.5%의 임상시험 R&D 비용 세금우대, 선진 의료연구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통한 속도, 비용 효율성, 품질 측면에서 우수한 임상시험 수행지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다국가 임상시험은 전년대비 16.8% 증가했다.
이 외에도 스페인, 네덜란드, 대만은 전년대비 20% 이상 임상시험이 증가해 글로벌 순위도 1단계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2018년부터 해외 제약사에서 개발한 신약도 획기적 의약품으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하는 등 임상시험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EU국가 전역에서 새로 시행되는 법규인 임상시험 EU공동 승인제도를 시범사업(VHP-Plus)부터 선제적으로 도입, 선진화된 임상시험 인프라 및 합리적인 임상시험 비용과 더불어 규제적 우위를 선점한 게 성장 비결로 분석됐다.
재단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정부 주도의 임상시험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제도 효율성 측면에서 우호적인 나라로의 임상시험 이동은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그동안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임상시험 분야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나 승인시간 예측성 확보 및 단축, 관세면제, 세제 인센티브 등 추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4차 산업혁명 기반 헬스케어 발전전략’의 일부로 ‘스마트 임상시험 체계 구축’ 지원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제도 발전 추진단’을 통해 국가 신약개발 역량 강화 및 임상시험 분야 활성화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