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 의료기관 공급 전(前) 적정수가 책정'
권희 라이프시맨틱스 DTx실 이사
2022.03.02 11:08 댓글쓰기
디지털 헬스케어 세계 시장은 지난해 2680억 달러(약 319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6570억 달러(약 783조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심축 중 하나인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국내 의료 시스템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고품질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치료 시설 또한 축소되면서 디지털 치료제 필요성과 활용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아직 한국 의료체계에서 수가 산정이나 유통방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원활한 심사방안을 모색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 및 지불 방식을 지속해서 연구 중이지만 아직 규제가 정립된 상태는 아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정 수가 체계를 통한 의료기관 공급이 필수적이다. 최근 북미를 기점으로 독일 등의 국가에서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가 규제기관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공보험 중심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최근 디지털 치료제를 가치 중심 평가로 산정해 수가를 신설했다. 
 
안정성, 기능, 질, 보안 등 일정 조건 만족 시 출시 자격을 선제 부여하고, 이후 12개월에 걸친 임상 결과 평가 기준을 통과하면 연간 최대 2천 유로(한화 약 270만원)의 수가를 지급한다. 
 
디지털 치료제를 통해 환자의 질환 모니터링에 도움이 되었거나, 의료진과의 소통이 원활해졌다면 그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의료 시스템에 디지털 치료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들, 디지털 치료제 인식 제고 및 접근성 개선 필요하고 본인부담금 인하 및 감면 제도화"
 
먼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제고 및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이용 경험이 부재한 상태에서 환자들이 선뜻 디지털 치료제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를 알리고, 한번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때 환자들의 선택 장려를 위해 본인부담금 인하 및 감면이 뒷받침돼야 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 임상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치료제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정의돼야 한다. 폭넓은 의학 범위 안에서 체계적으로 그룹화돼  있어야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따라 적합하게 처방할 수 있다.
 
시장이 성장하고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더 빨라지면, 전문의약품 뿐 아니라 병원 구매‧어플리케이션(앱) 설치/가정 내 설치 등의 방식으로 일반의약품 출시도 가능해진다. 그 전에 디지털 치료제 종류 및 효능 효과, 안정성, 사용성 등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 
 
허가받은 의료행위 가운데 사회적 필요성이 높고, 기존 치료 대비 비용효과를 인정받으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는 새로운 개념의 의료행위로 가격(수가) 책정 기준이나 급여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고 사례도 없다. 최근 심평원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해외 급여 등재 사례를 분석하고 디지털 치료제 가치를 반영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새로운 형태 서비스에 대한 비용효과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인, 기업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독일과 같은 임시수가 등의 단기 대책도 필요하다. 
 
필자가 속한 라이프시맨틱스는 현재 폐질환 호흡 재활 소프트웨어인 '레드필 숨튼'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 폐질환 운동재활 치료는 지난 2016년에 급여 등재됐지만, 인력과 장소 문제로 현재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폐질환 운동재활 치료의 95%가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 이뤄쳐 환자들이 집 가까이에서 받기 어려운 까닭이다. 
 
만약 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한 재택형 호흡치료가 허가된다면 더 많은 만성폐질환자들이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의료서비스는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에 달했다. 또한 디지털 치료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 건강 향상이라는 것에 정부와  의료기관, 보험자 그리고 관련 기업 모두가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치료제라는 혁신 산업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