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중단 위기
2024년 예산 전액 삭감, 사업 진행 불투명···보건복지부·진흥원 '당혹'
2023.09.07 12:40 댓글쓰기



세브란스병원이 ‘2022년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돼 개발한 '스마트 맘 케어'(사진)는 최근 임신 시기와 상태에 따른 산모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 의료지원이 가능한 산모 맞춤형 전주기 스마트 관리 모델이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 중 하나였던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이 당초 계획된 2025년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2024년 예산안에 해당 사업이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당장 내년도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정책 관련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개발된 선도모델을 중소병원에 확산하려는 단계에서 원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행 중이던 사업이 엎어지는 일이 반복되면 병원들이 정부 사업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병원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9월 4일 국회에 제출한 2024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스마트병원 구축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2023년 배정, 집행된 예산은 34억5000만원이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6일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당황스럽다”며 답답함을 피력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매년 공모에서 경쟁률이 20대 1에 달할 정도로 디지털 분야 사업 중 가장 인기 있는 사업이다”라며 “10월부터 내년도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려던 차에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마트병원은 5G, 사물인터넷(IoT) 등 ICT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지난 2020년 당시 정부는 매년 일정 수 의료기관을 선정, ICT 기술 실증을 지원하고 이를 의료체계에 확산토록 지원사업을 마련했다.


당초 사업 계획은 2025년까지 18개 세부분야 선도모델이 개발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20~2022년에는 의료기관과 의료분야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14개가 9개 분야 선도모델을 개발했다. 올해는 부천세종병원, 고대구로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을 주축으로 한 3개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있다. 컨소시엄별 지원액은 10억원 이내다.


이 사업은 지난 2021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달의 한국판 뉴딜로 선정되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은 2025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계획됐으나 2024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조기 종료될 상황에 처했다. 스마트병원 확산지원센터 누리집 캡처 


진흥원 관계자는 “지방 국립대병원만 해도 이 같은 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선도모델 개발보다 더 중요한 건 개발된 모델을 지방 병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중소규모 병원에 개발된 모델을 알리기 시작해 이제 대규모 확산을 고민하는 단계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이전에도 확산시키는 예산이 잡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자체 예산이 있는 공공병원부터 확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전액 삭감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정당국에서 사업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통보해왔다”면서도 “평가를 수용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12월에야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구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선은 진흥원에서 공모 중인 R&D 과제에 응모해 둔 상황으로 하반기 중에 선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재기획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며 “앞서 개발된 선도모델을 평가하고 이후 지방과 해외로 확산하는 전략을 다시 마련해보겠다”고 전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디지털 기술이라고 해도 소개만 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확산이 되는 건 아니다”며 “별다른 지원없이 민간에 알아서 하라고 정부가 방치하면 중소병원들은 접근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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