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로 폭증할 코로나19 확진자에 대비하기 위해 “일차의료기관의 재택치료 적극적 참여를 위해 주간·야간 수가를 이원화하고 환자 중등도에 따라 병원급과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긴급 제안이 나왔다.
정부가 서울시의사회와 의원급이 재택치료에 참여하는 ‘서울형 재택치료’ 모델을 본격 운영하기 위해 검토 중인 가운데, 21일 오후 열린 재택치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대한내과의사회가 주최한 간담회에는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이정용 서울시내과의사회장·곽경근 내과의사회 총무이사·송민섭 내과의사회 공보이사 등이 참석했다.
내과의사회가 이날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일차의료기관은 평일 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재택치료를 맡고, 야간·주말·공휴일 등은 병원급에서 담당한다.
재택치료 수가 또한 주간과 야간으로 이원화해서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박근태 회장은 “의원급에서 당직을 서거나 공휴일·주말에도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에 낮번·밤번을 나누고, 재택치료 담당 병원·전담병원 등이 야간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방식으로 의원과 병원이 상생하는 모델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병원급은 경증 대상자가 많다 보니 간호사들이 주로 모니터링 등을 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전화를 해도 잘 받지 못하는 애로사항도 있다.
이에 박근태 회장은 “의원급 담당 의사가 매일 오전 10시 전후, 오후 4시 전후 등 정해진 시간에 환자 상태를 직접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시간을 정해두면 환자 협조도 잘 될 것이며, 간호인력은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전화응대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확진자가 7000명대가 되면서 500~600명씩 재택치료하는 병원들도 늘었다”며 “지금껏 의사인력 충원보다는 간호인력 충원으로 해결해왔는데 이러면 환자 입장에서는 올바른 서비스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 1만명 이상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의원급 재택치료 참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환자 중증도에 따라 재택치료 역할을 구분하고 흉부방사선 검사·응급환자 대응을 위한 협진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근태 회장은 “의원급이 경증·무증상 환자를 관리하고, 병원급은 중증을 관리토록 개편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보건소가 재택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접종 주역 ‘동네의원’···재택치료·진단 참여 촉구
박근태 회장은 “동네의원들의 적극 참여로 높은 백신접종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돌아보며 이번 재택치료에도 회원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박명하 회장은 “의료계는 특정 과가 재택치료·백신 접종·코로나19 등 검사 등에 한정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안은 내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 등이었지만 서울형 모델에서는 과에 상관없이 보건소에 신고한 1차 의원이면 모두 가능토록 했다”고 말했다.
박근태 회장에 따르면 현재 6000~7000명대의 환자가 발생하는데도 PCR 검사 건수가 약 80만건에 달하는데, 확진자 수가 배로 늘면 선별진료소에서 이를 감당할 수 없다.
이에 의사회는 의원들이 재택치료 뿐 아니라, 코로나19 환자의 진단·치료 혹은 치료에 참여하는 방안도 내세우고 있다.
의원에서 코로나19 진단을 하게 되면, 4중 보호장비 및 환기 가능한 독립 공간을 마련토록 지원해야 한다. 또 확진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백신접종 3회를 완료했다면 PCR 검사 면제 및 격리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만약 진료 후 의료진이 감염됐을 때의 보상 방안 또한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그 위험도를 고려해 수가를 현재보다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시하면서도 의사회 측은 의원급의 초기 참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명하 회장은 “의료진의 안전과 비 코로나19 환자의 감염 우려 때문에 초기에는 참여하는 의원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근태 회장은 “호흡기 질환자가 의원에 왔을 때 일반 환자와 대기 공간에서 섞이는 것 때문에 참여를 꺼리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백신 접종도 결국엔 전국 동네의원들이 참여해 이뤄냈지 않나. 의원들이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 재택치료에 적극 참여해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원격의료 물꼬 아니다, 코로나19 재난 대응 위한 상생”
한편, 의원급의 재택치료가 확대된다면 내과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원격의료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의사회와 내과의사회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 원격의료TF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박명하 회장은 “원격의료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한 서울시의사회가 재택치료를 한다고 하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겠다”면서도 “코로나19 극복에 매달리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기존 법령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전화 진료, 원격모니터링 정도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병원급도 재택치료에 참여하고 있으니 의원급이 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의미일 뿐이지 사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박근태 회장도 “현재 상황에서 재택치료 중인 환자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이 그럼 무엇이 있냐”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는 잠시 접어두고, 환자와 국민을 위해 택한 상생 방안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