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수의약품 등 의약품 공급 위기가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재고가 아예 없을 때가 돼서야 제약사가 병원에 공문을 발송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9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국병원약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김재송 병원약사회 홍보이사(세브란스병원 약무국 파트장)는 “의약품 공급 위기 상황 속에서 환자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병원약사가 위기관리 리더로 나서야 한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고 기준 지난해 의약품 공급 중단 및 공급 부족 건수는 총 285건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231건 대비 23.4% 증가했고, 2019년 106건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는 식약처 보고 기준 건수이고,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더 많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에 따르면 일례로 某병원에서는 월 최대 30건 이상 공급 부족이 발생했고 월 최대 9건 이상 공급 중단이 발생했다.
의약품 부족은 단순히 불편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는 환자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 김 이사는 “항암 일정이 연기되거나 수술이 지연되고 환자에게 최적의 시기가 손실돼 치료 지연 및 중단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선택약이 아닌 2, 3차 약제를 사용하게 돼 치료 효과 감소, 내성 발현, 치료 실패 위험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약품 변경 사용으로 오류 발생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대체의약품 사용으로 계산 실수 및 혼동 위험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병원약사는 병원에서 의약품 공급부족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실제 대처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예측 불가능성과 만성적 공급 부족 ▲대체의약품 확보 복잡성 ▲의료진·환자와 외부약국 민원 응대 및 갈등으로 인한 감정노동 가중 ▲본연 업무 마비·지연 ▲공급부족 관련 정보의 부재 및 비체계성 등 때문이다.
김 이사는 병원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일례로 A의약품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B의약품으로 대체처방이 집중된다. 이어 B약품 수요가 급증하면 이마저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이어 C, D약품까지 연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다.
제약사 간 특허 인수, 이관 시 행정 공백도 문제다. E제약사가 F제약사로 판권·특허를 이전하면 인수·이관 과정에서 행정적 문제 및 코드 변경 지연, 재고 인계 실패 등으로 일시적 공급 중단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재고 있어도 약 못구하고 정보 일일이 문의···병원약사 정보 공유 ‘바텀업’ 방식 필요
더욱이 실시간 정보 공유가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로 꼽힌다. 병원약사가 특정 약품 재고가 있는지 제약사에 직접 물었을 때, 제약사는 “재고는 있지만 귀 병원에 할당된 물량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온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100이 필요하다고 하면 약이 부족할 것 같으니 이번 달은 50개만 주고, 다음 달에는 70개를 주고 이런 식으로 할당을 마음대로 바꾸는 제약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에 재고가 있어도 약을 구할 수 없고 실제 사용 가능 재고 파악이 불가능해 병원약사들이 실시간 재고 정보를 일일이 제약사에 문의해야 한다”며 “이는 공급부족이 아님에도 공급부족 같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병원약사회 차원에서 회원병원 대상 수요조사, 식약처·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와 간담회를 갖고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지만 ‘공급 부족’에 대한 시각차가 달라 현실은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김 이사는 “정부·규제기관은 국가 전체 총수요가 총공급을 초과하는 상태로, 도매상과 유통사는 병원·약국 발주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로, 병원약사 및 의료진은 환자 치료나 정상 업무에 변화를 유발하는 모든 공급 문제로 인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차로 가장 크게 발생하는 문제는 정보 전달 시차다. 일례로 특정 약품에 대해 제약사가 1월 1일 식약처에 공급 중단을 보고하면, 식약처는 1월 10일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1월 30일 병원은 도매상으로부터 재고가 없다는 구두 통보를 받고, 2월 15일 제약사가 병원에 공식 공급중단 공문을 발송하는 식이다. 병원약사는 최소 1~2달 동안 정보가 없는 상태로 대응하는 셈이다.
김 이사는 투명한 정보 공유를 강조하면서 현행 정부·제약사 중심 ‘탑다운’ 정보 공유 방식에서 사용자인 병원약사가 실시간으로 현장 공급부족을 보고하고 공유하는 ‘바텀업’ 방식 플랫폼 구축을 제언했다.
김 이사는 “정부는 할당 상태 보고를 의무화하고, 제약사는 재고가 0일 때 병원에 공문을 발송하지 말고 공급 차질 예상 시점부터 병원 약제부와 신속하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도매상은 병원 발주 시뿐 아니라 평시 적정 재고 확보를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현재 의약품 공급부족 대응을 약제부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를 병원 공식적 위기관리 시스템으로 격상시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약사는 이러한 의약품 공급망 위기 속에서 환자 안전을 지키는 위기관리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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