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vs 간호조무사 갈등 '첨예'
'조무사는 간호사 지시받아야' 對 '의원급 진료 마비시키는 생각'
2012.03.06 20:00 댓글쓰기

 

지난 6일 대한간호협회 주최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진료현장을 고려한 간호인력별 적정 업무영역 설정 연구 공청회’에서는 그동안 계속돼 온 간호조무사와 간호사의 역할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간호협회가 진행해 온 간호인력별 적정 업무영역 설정 연구 용역 보고서 발표와 토론회가 진행됐다.

 

공청회가 개최되기 전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공청회와 연구 용역 보고서를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과 결의문을 발표했고, 대한의사협회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는 "연구 용역의 주체가 간협이어서 연구 용역 주체의 객관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연구 용역 발표자는 "연구의 목적은 진료현장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적정 역할 설정이지 간호사의 역할 확대와 간호조무사의 역할 축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간호사만 살리는 연구 용역 즉각 폐기하라!”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 LG컨벤션홀 앞 로비에 모여 있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원 백여 명은 이번 공청회와 간협이 진행한 연구 용역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반대 성명과 결의문을 발표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이해당사자이자 갈등 관계의 한편에 서 있는 간호협회에 간호조무사 업무실정의 칼자루를 넘긴 것은 시작 자체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했다.

 

협회는 “복지부는 지난 2010년 한국의학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바가 있는데도, 간협이 이 연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중으로 연구를 맡겼다. 이는 혈세 낭비”라며 “보건의료계를 죽이고 간호사만을 위하는 극단적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간협 연구용역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결의문에서 ▲간협 연구용역의 즉각 폐기 ▲간호조무사 진료보조업무를 의료법에 명시해 법적 신분을 보장할 것 ▲간호업무 설정 폐지 ▲병원급 정원규정 신설해 간호등급제의 개선 등을 요구했다. 

  

간협 “조무사 역할 축소 위한 연구 아니다”

 

이번 공청회에서 ‘진료현장을 고려한 간호인력별 적정 업무영역 설정 연구’를 발표한 서일대학교 박소영 겸임교수는 “의료법에서 보조자로서의 업무한계를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시행규칙에서 간호사 인력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해, 업무의 혼란을 초래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직무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면허와 자격에 엄격한 차이가 있음에도 일부 병원급에서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진료보조를 하도록 하고 있어 국민이 의료서비스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간호사의 지도와 감독아래 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간호사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소영 겸임교수는 “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 인력으로 간호조무사가 처음 법으로 규정될 당시 간호사의 업무보조가 간호조무사의 역할이었다”면서 “간호사에 의해 수행되는 업무가 간호업무라고 법이 정하고 있다. 따라서 간호보조 인력인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도와 감독 하에 간호보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연구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간호사의 역할 확대와 간호조무사의 역할 축소를 위한 연구가 아니다. 오해”라면서 “보조인력에 대한 진료보조를 어디까지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해 알아보는 연구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간협, 연구용역 주체 객관성 비난 어떻게 면할 텐가?”

 

이번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백휴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용역을 간호협회가 진행했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백휴 책임연구원은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키퍼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는 인정하지만, 복지부의 연구용역을 간협이 받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문제”라면서 “오히려 간협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연구용역의 내용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고,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간호조무사와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간호사 집단의 의견을 반영하려면 차라리 객관적 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것이 맞다. 이후 연구 용역 주체 개관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또, 이백휴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용역 발제문에 논리적으로 모순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백휴 책임연구원은 “간호사들은 의사와의 관계에서 전문성을 내세워 역할 확대를 해왔다”면서 “그런데 간호조무사와의 관계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다며 간호조무사의 전문성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간호조무사가 이 보고서에 제시된 역할만 하게 된다면 의원급에서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사라지게 된다. 간호사들이 모든 의료현장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라면서 “수가문제를 논의했어야 할 보고서가 의료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혼란만 키우는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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