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과잉진료 일부 인정한 노환규 회장 항변
'정부, 건보재정 적자 원인 호도' 반박…'고령화 등 근원적 문제 해결 우선'
2012.05.29 12:01 댓글쓰기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 의료만 그러하다. 과잉진료와 의료 과소비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의료비가 적을 수 있나. 게다가 약값은 싸지도 않다. 이는 바로 의사들이 희생한 결과물이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29일 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 과잉진료의 진단과 해법'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 간 과잉진료를 인정한 이유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노환규 회장은 "정부는 포괄수가제를 추진하면서 의료비 급증과 건강보험재정 적자 원인이 마치 과잉진료 때문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고 이를 억제하면 건강보험료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로워진 것은 과잉진료 때문이 아니라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인한 노인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건보료를 내야하는 젊은 고용층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 원가이하 저수가 희생 감수해왔지만 이제 한계 직면"

 

노환규 회장은 "의사들은 싼 의료비를 강제하는 정부 시책에  순응해 오면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해 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정부가 강제하는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를 현실화하고 적정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일부 영역에서 이지만 잘못한 부분에 대해 우선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노 회장은 "의협이 '과잉진료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고백'한 이유는 국민이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귀를 열어야 했기 때문"이라면서 "과잉진료를 인정하지 않고 국민의 의료 과소비나 정부의 정책 오류만을 지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인식 전환을 통해 책임을 깨닫고 반성하는 것이 변화의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노 회장은 "잘못된 의료제도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제도 탓을 하며 순응해 온 것을 의사들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작금의 의료 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줘서는 안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서는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를 국가 세금으로 보전해 대폭 현실화하고 뿐만 아니라 통제기전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의료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가 상승으로 전체 의료비 증가하지 않고 강한 통제기전 의료계도 수용"

 

그는 "진료수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전체 의료비가 이에 비례해 상승하지 않는다"며 "진료수가가 현실화된다면 적정진료를 위한 통제기전 마련에 의사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민에게 현실의 문제점을 고백하고 조제료 등 건강보험제도의 낭비적 요소를 대폭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노 회장은 "실제 의약분업은 국민에게 불편만을 가중시키고 연간 3조원에 이르는 조제비 등 보험재정의 낭비를 초래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건보공단의 경영,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에 대한 급여지원 등 낭비적 요소를 엄격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환규 회장은 또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고 진료비를 획일화하는 것은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질적 경쟁이 아니라 양적 경쟁에 몰두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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