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에 '환영' '우려' 교차
의료·제약·환자단체 '취지 공감하지만 제도 개선 필요' 지적
2013.06.26 20:00 댓글쓰기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계획안과 관련, 의료계, 제약업계, 환자단체에는 ‘환영’과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취지는 좋지만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7년까지 약 9조원의 예산을 들여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질환과 관련한 급여율을 99.3%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각 의료서비스별로 필수급여, 선별급여, 비급여 유지 방침에 따라 건강보험이 확대될 전망이다. MRI, 고가 항암제 등은 필수급여로, 검증은 어렵지만 환자 편익을 위한 서비스는 선별급여로, 미용·성형 등의 비급여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제약업계, 환자단체 등 보건의료 관련단체들이 제각각의 평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 재원 확보·수가 보전 등 걱정 피력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는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피력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 흑자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확실한 재원 확보 방안이 없는 보장성 확대는 부적절하다. 복지부가 발표한 계획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필수급여, 선별급여의 정의 및 범위 설정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합의를 거치기를 바란다. 향후 진료비 증가폭을 심화시키는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정책 역시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 가속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고,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가 될 경우에는 적정 수가가 담보돼야 함 역시 잊지 않았다.

 

대한병원협회는 ‘적정 수가 보전’을 최우선순위로 내세웠다.

 

병협은 “4대 중증질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올 1/4분기 급여비가 2.1% 감소했으며 종합병원은 5.7%에 달했다. 비급여를 무리하게 급여로 전환한다면 병원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가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결국 의료공급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보험료 인상 등 추가 재정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병원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도 도입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약계, 고가 항암제 등 급여화 약가협상이 관건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14년도부터 기존 보험약제의 급여 기준(적응증)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비급여 신약의 경우 경제성평가, 약가협상 등 절차를 거쳐 적정 가격이 마련되는 약부터 순차적으로 보험을 적용한다.

 

특히 신약의 경우에는 제약사와 원활한 약가협상을 위한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용량 증가나 효과 미흡 시 가격을 인하하는 등 일정조건을 부과해 적정 약가를 산정하는 위험분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는 “환자들에게 유익한 정책이 될 것 같다”면서도 “공급자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이번 정책은 좋게 생각된다”며 “환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약물을 복용할 수 있고 그 동안 무분별하게 관리됐던 비급여 관리가 잘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비급여 신약을 급여로 추진 시 약가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 만약 정부와 제약사 협상이 결렬돼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중증질환 환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로 타협안을 찾지 못한다면 현재와 별 차이가 없지 않겠느냐”고 피력했다.

 

이어 “물론 공급자에게 유리한 입장에서만 협상이 진행될 수는 없겠지만 보다 세부적인 기준을 통해 위험분담제 도입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세한 문구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경제성평가에 관한 자료를 다시 준비해 급여를 추진한다면 상당한 시간은 걸리겠지만 환자들이 폭넓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등 의약품 보험 확대를 위해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난항을 겪을 수도 있지만, 이전보다는 급여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업계에도 나쁘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 “3대 비급여 추진, 원론적인 내용만 발표” 

 

현재 환자들 권익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역시 정부에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은 그간 박근혜 대통령을 믿고 지지해온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보답으로 보인다”면서도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에 정책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토해냈다.

 

그는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올해 말까지 3대 비급여와 관련, 별도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을 담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절름발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역시 “추상적인 방안만을 내놓았다. 특히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실망이 크다”고 털어놨다.

 

관계자는 “평가결과 예시를 들여다보니, MRI 급여기준을 심장질환까지 적응증을 확대한다고 했다. 희귀·난치성 환자들은 배제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3대 비급여 등 현재로서는 보장성 확대가 와닿지 않는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치료제 역시 어떻게 급여화하겠다는 것인지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 단순히 ‘고가’, ‘특수’ 치료제가 아닌 임의비급여나 급여등재 실패 약제, 약가협상이 결렬된 약제 등 각각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충분히 검토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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