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시대 '삼성서울병원 혁신' 주목
박정연기자
2020.11.10 06:0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수첩]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 소식은 대한민국 정재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우리나라 전자 및 IT산업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 거목(巨木)의 소천에 각계 인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변방의 반도국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국가로 수직 상승시킨 주인공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세간이 고인의 생애를 새삼 되짚어보며 그가 이룬 업적을 말할 때 의료계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번져나갔다. ‘IT 혁신가’ 보다는 ‘병원 혁신가’로서 그를 기억하는 병원인들은 진심으로 추모했다.
 
전자통신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고(故) 이건희 회장은 남다른 의료철학을 갖고 현재 국내 병원계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삼성서울병원의 산파를 자처한 인물이다. 국내 의료기관 시설 혁신은 물론 ‘환자중심’이란 명제를 전면에 내걸며 국내 병원문화 자체를 개혁한 혁신가였다.
 
30여 년 전 당시 삼성서울병원 공사 현장을 방문한 이건희 회장은 “3시간 대기하고 3분 진료하는 현실, 보호자 노릇 3일이면 환자가 되는 현실, 촌지라도 집어줘야 좀 어떠냐고 물어보는 현실”을 지적하며 새로운 병원문화를 주문했다.
 
국내 병원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3무(無) 경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환자에게 친절하게’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의료진과 환자 관계도 그 시절에는 낯선 개념이었다.
 
개원 전부터 병원 설계와 의료진 교육, 시설 배치까지 꼼꼼하게 점검할 정도로 삼성서울병원에 큰 관심을 가졌다. 개원 멤버를 꾸리는 과정에도 세세하게 관여하며 확고한 의료철학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 직접 나섰다.
 
이런 내력이 있기에 이건희 회장을 떠나 보내는 의료인들의 아쉬움은 크다.
 
삼성서울병원의 시니어급 의사인 한 교수는 수련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삼성서울병원 문화는 이전의 병원들과는 달랐다”며 “삼성서울병원 전후로 병원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이뤄냈던 삼성서울병원. 거인을 떠나보낸 지금은 새로운 체제 속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이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현재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을 처음으로 맡았다. 이후 2018년 이사회가 연임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그는 2021년까지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하지만 병원계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병원과 의료보다는 주력분야인 IT쪽에 주력하는 것 같다’라는얘기도 나온다. 근래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경쟁 상대’인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학분야에 대한 관심이 덜한 모습을 보였다. 단적으로 두 재단이 제정한 상(賞)을 보면 그렇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아산상 외에 아산의학상을 별도로 제정해 의학자 수상자들을 시상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는 의료인들이 참여하는 의료봉사상의 상금 규모를 키웠다. 국내 의과학계 발전을 위해 2011년 조상한 아산의학발전기금도 몇 년 전 4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호암상 또한 5개 부문 중 의학상이 포함돼 있다. 올해는 서울아산병원 소속인 박승정 울산대학교 석좌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8년 만에 시상부문이 개편된 호암상은 기존 과학상을 `물리·수학`과 `화학·생명과학` 부문으로 세분화하며 기초과학 비중을 늘렸다. 이 같은 개편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이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母) 그룹의 병원에 대한 투자양상도 사뭇 다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신관 ‘I동’과 ‘D동’을 모두 완공할 계획이다. I동은 민간의료기관이 건립하는 감염병동 중 최대규모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D동은 중환자 전문병동이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본관 리모델링과 함께 시설확충의 핵심인 신관의 건립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하 9층,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질 에정인 신관은 지난 2017년 건설실시계획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착공이 이뤄지지 못하고 2019년 착공 연기 신청을 했다가 올해 4월 다시 재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땅을 고르는 기초공사만 진행 중일 뿐 신관에 대한 구체적인 시설계획 등도 윤곽이 정해지지 않았다. 본관 리모델링은 한창이지만 새건물을 2개나 올리는 서울아산병원에 비해 시설확충 투자가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모그룹 관심도를 두고 병원계에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명 삼성서울병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건립 이념인 ‘환자중심’을 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료진을 포함해 병원 내 모든 직종을 ‘케어기버(Caregiver)’로 통칭하기 시작했다. 권오정 병원장은 “케어기버는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퇴원할 때까지 '환자경험'을 강조한 말”이라고 소개했다.
 
권 병원장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은 물론 환자가 병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만나는 모든 직원이 '원팀'이란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지 일주일 만인 지난 2일. 삼성전자는 조촐하게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재용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대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동영상에서 모습을 보였다. 영상에서 그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게 세계 최고를 향한 길입니다”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당부했다.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공익재단 첫 임기가 끝날 당시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 직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이 부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 부회장이 재단 설립 취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연임을 결정했다.
 
아직까지 병원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않은 이재용 부회장. 그가 ‘환자중심’ 병원문화 혁신을 이끈 이건희 회장 후임으로 병원계에 또 다른 혁신을 불러올지, 그리고 향후 병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지 의료계 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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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03.21 10:26
    본인의 셀카는 왜..? 뭐 종이신문의 사설에 근엄한 아저씨 얼굴 사진 같은 느낌인가요.. 그럼 사진을 좀 더 얌전한걸 쓰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