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의료지원 현장에서 한의사들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한의계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선다.
의과 의사만 지원이 가능했던 이동식 선별진료소(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의료자원봉사단에 한의사가 참여하고, 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진료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한의사의 의료지원 참여에 강한 반대입장을 드러내 의한 갈등이 예상된다.
5일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성명서를 내고 “한의협이 최근 코로나19 환자에게 한방 치료를 하겠다고 나서는데, 근거는 중국 임상진료지침과 몇 건의 신문 기사로 제대로 된 근거가 전무하다”며 “비(非)의료자원봉사에 동참하라”고 말했다.
앞서 한의협은 대구·경북지역 검체채취 현장에 자원봉사할 회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가능한 의료행위 범위를 두고 법적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한의협은 검체채취 외 다른 의료지원에서 한의사 역할을 모색하고 나섰다.
한의계에 따르면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지자체장들을 대상으로 대구·경북지역 의료자원봉사에 한의사들이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전날(4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한의사는 의과대학과 70% 같은 과정을 대학에서 공부한 전문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관련 의료봉사 현장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읍소했다.
이에 박 시장은 지난 2월28일부터 모집 중인 이동식 선별진료소 전문의료진 모집 자격에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포함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이동식 선별진료소는 개방된 옥외 공간에 설치돼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다. 기존에는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제외하고 의사면허를 소지한 의사만 지원이 가능했다.
의료 지원단은 의사 1인, 검체채취인력 3인(간호사, 간호조무사), 소독인력 1인, 행정인력 1인, 소독인력 1인으로 구성돼 3교대 근무한다.
다만 한의사가 이동식 선별진료소에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의사의 이동식 선별진료소 의료지원에 대해 “아직 참여 확대 등 관련된 어떠한 지침이 내려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대구·경북지역 한의약 의료지원과 관련해 이달 초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확진자가 많은 대구지역에 한약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의사의 전화진료가 원활해지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의사가 환자의 사진, 동영상, 체온 및 맥박 정보를 바탕으로 전화상으로 진료해 더 많은 환자가 전화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양방협진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지사는 이에 “먼저 환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게 우선”이라면서도 한약제공과 한의사 전화처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상북도한의사회는 대구한의대학교 부속 한방병원과 함께 이날(5일)부터 코로나 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전화진료를 실시할 한의사 모집에 나섰다.
경북한의사회에 따르면 오는 9일부터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의사의 전화진료가 진행된다.
한편, 한의협은 6일 ‘코로나19 한의치료 권고안 1판’을 정식 발표하며 감염증 사태에 한의약 적용 방안을 적극 제시하고 나설 계획이다.
한의협에 따르면 이번 지침은 일반적인 진료지침의 근거가 되는 이중맹검 대조연구(RCT)나 메타분석이 없기 때문에 선행 증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의협은 “코로나19는 한의학에서 역병(疫病)의 범주에 속하며, 지리적 특징에 따라 병의 정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변증론치(辨證論治)를 참조해 치료해야 할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