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수첩] 코로나19 감염병사태 확산 저지 및 진화의 주축이 돼야 할 보건의료단체들이 최근 잇따른 갈등을 노출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에 ‘대국민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한약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를 두고 의협이 위험성 문제를 제기하자 발끈, 대응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의협은 앞서 유튜브 채널에서 "한약을 복용하면 흡인성 폐렴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며 "한약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한의약 치료의 유효성과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개토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며 날을 세웠다.
한의협이 이 처럼 발끈한 것은 비단 ‘유튜브 영상’ 때문만이 아니다.
앞서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협이 주장하는 한방치료는 제대로 된 근거가 없다”며 “국민를 상대로 한 장사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양측의 공방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만큼은 두 단체의 행보가 아쉽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의료계가 정부 및 국민과 단합해 혼란스러운 감염병 확산 사태에 대처해야 할 시기에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은 이들이 전문가단체가 아닌 이익집단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그동안 권위주의 등을 지적받으며 간극이 벌어졌던 국민과 의료인 사이가 코로나19 사태로 회복되고 있는 시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의협은 국내 확진자 발생 초기부터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잘못된 정보가 횡행하지 않도록 발빠르게 행동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의료지원에 나선 의사들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우리나라 의료인들에 ‘믿음직스럽고 고맙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의협도 대구·경북의 부족한 의료인력 문제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검체채취 자원봉사 지원에 나섰다. 감염병 위험이 높은 지역에 솔선수범해서 지원을 나가겠다는 한의사들의 행보에도 좋은 반응이 잇따랐다.
그러나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의료지원을 둘러싸고도 의협과 한의협은 또 다시 갈등을 빚었다.
의협은 검체채취는 전문적 의료행위로 감염과 방역에 대해 깊게 공부하지 않은 한의사가 수행할 수 없는 불법행위라며 지적에 나섰고, 이에 한의협은 한의대 교육과정에 검체물 채취 실습과정이 포함돼 있다며 맞섰다.
물론 의협과 한의협이 정말로 각 직능 이익을 위해서만 이렇게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의협 입장에서는 작은 실수에도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감염병 관련 업무에 정제된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우려가, 한의협은 비상사태에 의료인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 눈에 이러한 의도는 보이지 않고 ‘두 단체의 밥그릇 챙기기 싸움’만 비춰졌다. 장기화되는 감염병 사태로 가뜩이나 우울해진 사회에서 이 같은 의료인 간 다툼은 피로도를 더했다.
‘한의약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 ‘한의사 검체채취’ 등의 안전성은 보건당국이 판단할 수 있다. 굳이 대외적으로 각 단체의 입장을 표하면서 선전전을 펼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지금과 같은 국가적으로 전국민이 혼연일체가 돼서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비상시국에는 의료 전문가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다. 의료인의 사명감에서도, 이익단체의 선전 전략에서도 지금과 같이 소모적인 공방을 이어가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전례없는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서 두 의료전문가 단체가 위기 극복을 위해 화합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충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국민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