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최근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자살의 원인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근로기준법(근기법)·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에 해당 용어를 명시하는 등 개정안을 공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사협회(간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노무사들은 “법적 토대는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면서도 “궁극적으로 병원 등 사업장 중심으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취업규칙 마련 등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법 조문에 직장 내 괴롭힘 첫 '명시' 의미
고용노동부(고용부)는 15일 근기법·산안법 등 개정안을 공포하고, 각각 올해 7월 16일과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근기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명시됐다. 신설된 근기법의 주요내용은 제6장의 2(제76조의 2 및 제76조의 3)에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을 법률에 명시하고, 이를 금지한 것이다.
근기법 제76조의 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제76조의 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에 신고 ▲괴롭힘 발생 인지 후 사용자의 조사 ▲피해자를 위한 근무 장소 변경·유급휴가 및 사실 확인 시 동일한 조치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징계·근무 장소 변경 ▲신고자 및 피해자 등의 해고 및 불리한 처우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 조치 등을 취업규칙에 기재해야 하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산안법 제4조(정부의 책무)에는 근기법 제76조 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지도 및 지원 등을 넣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설된 산안법과 관련해 “정부가 의무를 다하겠다고 넣은 규정”이라며 “앞으로 가이드라인과 사업장에 대한 지도 및 감독 등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협·간무협 노무사 “병원 등 사업장별 취업규칙 마련 중요”
이에 대해 간협·간무협 등 관련 노무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란 용어를 법조문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괴롭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사례들을 꾸준히 모으는 등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취업규칙 등 사업장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 근로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무법인 행복한일 문강분 대표는 “근기법과 산업법이 개정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골격은 어느 정도 갖춘 셈”이라며 “하지만 취업규칙 등을 마련해 사업장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도 법은 강력하지만 입법 효과는 낮다”며 “처벌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만큼 직장 내 관련 입법 핵심은 사용자의 리더십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근기법의 시행일은 6개월 후인 올해 7월 16일로, 병원 등 각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 방안 등을 담은 취업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문 대표는 산안법에 대해서도 “피해자 등의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보상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의 부재(不在)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노무법인 상상 홍정민 노무사 “법적 근거를 가지고 논의하고,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으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부분은 아쉽다”고 비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기준에 대한 모호성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례는 많이 축적돼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신고부터 조사까지 이뤄지면 법원의 판단 등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