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당뇨병학회 등의 정부를 향한 비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박성우)는 1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복지부, 공단, 심평원 관계자들과 함께 정책 토론 자리를 가졌다. 올해 당뇨병학회를 휩쓸고 간 경증질환 분류, 당뇨병 적정성 평가 등 산적해 있는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패널토의에서 방청자로 참석한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이 같은 혼선이 왜 발생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 뿐인데 의사들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비현실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번 제도는 의사의 처방권을 국가적으로 제한한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의사의 진료 자체를 제한하는 일련의 정책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처방권을 제한하겠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방혜자 서기관은 "절대 식약청 허가 사항에 대해 관여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식약청 허가 외 사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했다"면서 "여기에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 서기관의 답변이 끝나자 즉각 이 교수는 "그 합리적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많은 돈이 투입돼야 할 것이며 건강보험재정은 더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고 복지부의 정책 추진 행보를 정면 겨냥했다.
어떤 근거로 데이터가 산출됐으며 결정적인 과정을 이 자리에서 밝혀야 한다고 방 서기관을 압박했다.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경희의료원 내과 오승준 교수도 '당뇨병 적정성 평가 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오승준 교수는 "아이러니하다. 당뇨병을 경증질환이라고 분류는 해놓고 '당뇨병 적정성 평가'를 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당뇨병은 단지 경증질환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적정성까지 평가할 필요가 있는건가"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그러나 설령 계속적으로 교육이 이뤄진다고 해도 당뇨병은 본인 스스로 식사조절, 운동 등을 책임져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적정성 평가를 통해 환자가 잘 교육을 받고 실천을 하는지 점검을 하겠다는 것인데 당뇨병 환자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해 교육을 제대로 받은 환자인지 알 수 있도록 이를 평가지표에 포함한다면 이러한 부분들이 수정,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학회 박태선 보험법제이사는 "문제는 이들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다 전문적이거나 장비를 갖춘 병원으로 권유해서 갔는데도 약값 부담이 증가되는 점"이라면서 "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실로 상당하다"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