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문가단체 의견 묵살하고 표결로 횡포'
의료계, 건정심 탈퇴 초강수…'인적 구성 등 불합리 운영이 정부 무기'
2012.05.24 20:00 댓글쓰기

결국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이후 의료계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이날 의협은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13차 건정심 회의 도중 포괄수가제에 대한 당연적용을 반대하며 안건 심의를 거부한 채 회의장을 퇴장했다.

 

"절대적으로 정부측에 유리한 인적 구성을 통해 정부는 의료의 질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표결로 묵살하는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탈퇴 배경이다.

 

정부의 횡포는 이번 포괄수가제 강제시행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더욱이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에 동의한 것처럼 호도했다"면서 "불합리한 인적 구성과 일방적 운영으로 인해 정부의 무기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대감 우려감 동시 교차

 

건정심 탈퇴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감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안중근 회장은 "착잡하다. 어쨌든 이런 구조 하에서는 정부와의 기본적인 협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시스템에서 탈피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새 집행부가 건정심 탈퇴라는 결정을 내린만큼 포괄수가제가 철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중근 회장은 그럼에도 "화가 난다. 의료분쟁조정법, 만성질환관리제 그리고 여기에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도 모자라 액자법까지 정부가 너무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의사들이 성직자도 아닌데 그보다 더 심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포괄수가제 확대 질환 7개 중 3개가 외과계열 질환인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외과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대전시의사회 황인방 회장도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제도"라면서 "정부가 의사들을 믿고 도와주기는 커녕 대다수의 정책들이 의사들을 옥죄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방 회장은 "특히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은 미래 의료계를 짊어져야할 젊은 의사들을 허탈하게 하는 정책"이라면서 "일단 시행되면 끝이다. 의료계가 건정심 참여 거부를 선언한 것도 그 간 이러한 절차가 반복됐기 때문"이라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울산시의사회 백승찬 회장은 "정부가 이번 포괄수가제를 포함해 모든 보건의료정책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되며 만약 그로 인한 부작용은 정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선시행 후보완이라고 하지만 의약분업 때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 회장은 "이미 정부는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의료계가 건정심 탈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뜻을 헤아려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개원의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괄수가제까지 시행된다면 의사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 집행부의 이 같은 결단이 긍정적 결론으로 도출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의협이 건정심에 불참해도 포괄수가제 고시개정안을 의결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인 의료계와의 합의없이 포괄수가제가 7월 병·의원에 전면 시행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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