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기획 2] 오는 12월과 내년 1월에 있을 전공의 및 인턴 모집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의사 파업 종료 후 전공의들은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개선되지 않는 수련환경과 고질적인 기피과 문제 등 의료계 내부 논란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올해도 빅5 병원 위주의 지원 집중 현상이 여전할지, 또는 파업 사태로 촉발된 혼란이 전공의 모집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더불어 의사 국가시험 미응시로 인턴모집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집 인원의 10% 남짓에 불과한 지원자를 두고 병원 간 신경전이 벌어질 판이다. 의료계는 앞으로 발생할 대규모 인력공백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런저런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운명의 날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12월 2일 전공의 모집을 앞둔 의료계 내부의 목소리를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편집자주]
전공의∙인턴 모집 연속기획 ② 내과, 코로나19 ‘특수’ 누릴까
필수교육과목인 ‘내외산소’ 위기론이 해마다 불거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내과 경쟁률이 눈에 띄게 반등할지 의료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질환과 호흡기질환 관리에 대한 사회적 중요도가 강조되면서 관련 전문과목에 대한 의대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염질환의 경우 정부가 전문인력 수급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금보다 감염내과 전문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과는 지난 2017년 수련과정을 3년제로 전환한 이후 정원 미달이었던 지원자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비인기 전문과목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비인기 세부전공인 감염내과가 재조명되면서 내과 전공의 지원율에도 영향이 이어질지 추이가 주목된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증은 메르스 사태보다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 1일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는 등 당분간 ‘코로나19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선 평상시보다 내과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임상현장에서 내과 전문의 수요 자체가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실 내부적으로 올해 내과 경쟁률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한 1:1정도로 보고 있지만 몇 년 후 호흡기내과 세부전공 지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원래도 수가 적지 않은데,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중증환자 병동 등에서도 수요가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임원인 한 대학병원 교수 또한 “3년제 전환 효과와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려 올해 지원률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때는? 감염내과 정책지원 미비, 경쟁률 증가도 미미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강타했을 때도 내과가 전공의 모집에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사실 당시 내과 지원률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도 내과 정원은 619에 618명이 지원하면서 지원률은 100%에 조금 못미치는 99.8%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108.7% ▲2018년 105.8% ▲2019년 103.8% 등 지원률 자체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는 특정 전문과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기 보다 전공의 정원 감축 및 3년제 전환에 따른 효과라는 해석이다.
내과가 메르스 특수를 보지 못한 이유로는 내과 내 기피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의료계는 말한다. 대표적인 비인기 세부전공인 감염내과가 감염병 사태에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정부는 감염관리료를 신설하는 등 전문인력 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쳤지만,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추가 인건비는 병원 몫으로 돌아갔고 감염내과 전문의 수요도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이 처럼 감염내과 등 전문과목과 관련해 이렇다 할 정책적 지원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2016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내과는 ‘메르스 효과’를 보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중추역할 감염내과, 비인기과 인식 개선될지 관심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메르스 때보다 관련 전문과목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올랐다. 특히 감염내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크게 개선됐고, 개선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국내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는 1년을 보냈다.
국내 주요 의료기관들은 확진자 발생 후 서둘러 원내 방역지침을 세웠다. 감염관리실은 컨트롤타워가 돼 선별진료소 운영을 포함한 입원환자 및 내원객 관리, 의료진 안전수칙 등을 수립했다.
학회에서도 의료진을 위한 코로나19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대정부 방역 권고사항을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임상현장도 숨가쁘게 돌아갔다.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뿐만 아니라 의심환자들도 앞다퉈 병원을 방문했다.
큰 병원에서도 ‘오늘 감염내과 외래진료는 마감됐습니다’란 안내문을 내걸 정도로 감염내과 환자수는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감염내과 전문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감염병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조직 개편되면서 기존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편성됐다. 보건복지부 또한 감염병전문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간병원에서의 러브콜도 이어질 예정이다. 국내 주요 대형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2021년 말 감염병 전문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순천향서울병원 또한 오는 2024년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축한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이 밖에도 각각 영남권, 중부권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양산부산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국비
를 지원받아 신규 병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지방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감염내과 전문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내과 업무 자체가 고된 부분이 있지만, 중장기적 시각에서 세부전공을 고려하는 전공의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