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박정연 기자
/기획 4] 오는
12월과 내년
1월에 있을 전공의 모집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8월 의사 총파업 종료 후 전공의들은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 개선되지 않는 수련환경과 고질적인 기피과 문제 등 의료계 내부 논란이 완연하게 종결된 것은 아니다
. 올해 역시 빅
5 병원 쏠림현상이 여전할지
, 또는 파업 사태로 촉발된 혼란이 전공의 모집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 더불어 의사국시 파행으로 인턴모집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 이대로 가다가는 모집인원의
10% 남짓에 불과한 지원자를 두고 병원 간 신경전이 벌어질 판이다
. 의료계는 앞으로 발생할 대규모 인력공백을 우려하고 있으며
, 정부도 여러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운명의 날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 데일리메디가 전공의 모집을 앞둔 의료계 내부의 목소리를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 [편집자주]
전공의 모집 연속기획④ 인턴 446명만 배출…인기과 지원 재수·삼수 촉각
의사국시 80% 결시에 따른 대규모 ‘인턴 공백’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후폭풍이 두려운 기존 전공의들의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장은 “우리 학교 의대생들은 실기에 한 명도 응시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자대생 출신 인턴이 한 명도 없게 되는 셈”이라며 인턴 모집에 고민을 털어놨다.
병원 내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가장 큰 피해는 일차적으로 환자가 받게 되지만 현역 인턴들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정상적이라면 내년부터 1년차 레지던트 수련에 돌입하게 되지만 이대로라면 수련은 커녕 인턴 공백 위기 대응의 최전선에서 활약할 지경에 놓였다.
아예 전공의에 지원하지 않고 1년을 쉬겠다는 인턴들도 적잖다.
상급종합병원 흉부외과 B교수는 “고연차 전공의도 부족한데 아예 내년에 전공의 지원을 하겠다는 인턴도 있다”며 “올해 후배가 안 들어올 것 같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고 푸념했다.
지역 소재 C대학병원 관계자는 “타 병원으로 유출되는 인턴이 매년 걱정”이라며 “군대 문제 때문에 쉬지 않을 것 같지만 인턴들이 지방병원에 남아 있으려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휴학·재수·삼수 등 전공의들 선택은?
주요 대형병원 비인기과 전공의들은 조금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2021년도 인턴 1년 차 인원이 예년 대비 20%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인기과’ 진입을 원하는 전공의들이 ‘재수’나 ‘삼수’를 선택, 비인기과 인원이 대거 이탈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표적인 비인기과로 꼽히는 비뇨의학과의 의사들 사이에선 최근 ‘이러다 한 해 동안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배출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소속 한 임원은 “기피과 레지던트나 인기과에 지원할 성적이 모자란 인턴들이 재지원을 위해 인턴을 다시 시작할 것이란 얘기는 이미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부족한 비뇨의학과 전공의들을 다른 인기과에 빼앗기진 않을지 의사회 내부적으로도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또한 “향후 특정 연차 전공의 인원이 급증하면 인기과로 가기 위해 재수, 삼수까지 하는 학생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에도 수련중인 과를 도중에 이탈하는 전공의들은 적지 않았다.
최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서울대병원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전공의 전공과별 사직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 3월~2020년 2월 수련과정을 중도포기한 전공의는 247명이다.
올해에도 3~10월 사에아만 162명의 전공의가 중도포기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17명→20명) 이비인후과(4명→6명), 비뇨의학과( 1명→2명)는 짧은 기간 동안 전년보다 포기자가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수련병원 55곳이 레지던트 1년차를 선발한 결과 정형외과(1.54:1), 피부과(1.52:1), 성형외과(1.41:1)와 같은 인기과는 모집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지원한 반면, 핵의학과(0.08:1), 병리과(0.12:1), 소아청소년과(0.69:1), 비뇨의학과(0.71:1)와 같은 비인기과는 정원에 미달했다.
대표적인 인기과로 꼽히는 정형외과의 경우 전공의 3명 중 1명은 원하는 과를 전공하지 못한 것이다.
고배를 마신 전공의들 중 일부는 당직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행, 공부를 하며 재지원을 준비한다.
심지어 원하는 과 전공을 위해 인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받는 전공의들도 있다.
A,B,C로 나뉘는 인턴평가에서 하위 20%의 인턴은 C평가를 받게 된다. 일명 ‘C턴’이라 불리는 이들 중에선 평가를 다시 받기 위해 ‘눈 딱 감고’ 인턴과정을 다시 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도 인기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원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내년 모집에 ‘재수 전공의’들이 대거 몰릴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얘기다.
일선 대형병원에서는 이미 전공의 지원을 둘러싼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소재 D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의사국시 파행에 따라 올해 인기과에 상향지원하려는 전공의들이 적잖은 분위기"라며 “취약과는 올해도 내년도 많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의 전략지원에 따른 눈치보기가 어느때보다 치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도권 E대학병원 교수는 “인기과에서 경쟁했다가 탈락하는 사람이 없도록 내년 1월 인턴 지원자들끼리 논의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어떻게 되든 이번 인턴들은 마지막까지 관심의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내년 재수를 고려하는 인턴, 레지던트가 전년에 비해 많아질거란 얘기가 오가고 있다. 이들은 예견된 혼란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집단휴진 사태에 참여했던 전공의 F씨는 "인턴공백 사태 중 재수나 삼수를 고려하는 전공의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의대생들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도 "하지만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비난을 할 수 없듯이, 개인 선택에 대해 전공의 전체가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국시 재응시 여부가 논의 중이며 일련의 우려도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해 수련체계 혼란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