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기획 3] 대한민국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앞지르며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크로스’에 직면하면서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등 국내 의료계 또한 타격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주민등록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2019년 5184만9861명 대비 2만838명이 줄어들어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출생자는 역대 최저치인 27만5815명을, 사망자(말소자)는 30만7764명을 기록해 인구는 3만3000명 자연 감소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17년 30만명대로 떨어진 후 불과 3년 만에 20만명대로 진입했는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로 전년(0.92)보다 0.08명 감소했다.
이는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저출산 가속화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은 이미 경영난에 직면한 실정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의료이용 현황’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의 지난해 상반기 진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266억원으로 22.4% 감소했다.
의원급 소청과 또한 2019년 2227개소에서 2020년 2181개소로 46개소가 감소했고, 2020년 상반기에 폐업한 소청과 의원은 89개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급 소청과의 지난해 상반기 내원일수는 전년 기간 대비 43.2% 급락했고, 요양급여비용 또한 2367억원으로 38.3% 하락했다.
저출산 영향으로 진료대상이 급감한 산부인과 또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의원급 병상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산부인과는 2018년 6월 기준 1320개에서 2020년 6월 기준 1316개로 감소했다.
의원당 병상수 또한 4.06병상에서 2019년 3.62병상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20년 3.43병상으로 또다시 줄었다.
인구가 적은 지방의 경우 더욱 심각한데 경북 군위와 양양, 고령 등 일부 군 단위에는 필수의료인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곳도 늘고 있다.
의원급 산부인과의 지난해 상반기 내원일수는 전년 기간 대비 7.4% 하락했다. 다만 요양급여비용은 5067억원으로 20.3% 늘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인구 데드크로스를 맞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한 임신 출산이 가능하도록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출산 장려 캠페인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전해졌다”며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임신, 출산 지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청과·산부인과 레지던트 기피 갈수록 확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돼 젊은 의사들의 소청과, 산부인과 기피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2021년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결과 중소병원을 비롯한 빅5병원조차도 소청과의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이 16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해 가장 많은 전공의를 확보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8명 모집에 3명, 가톨릭의료원은 13명 모집에 3명 지원, 서울아산병원은 8명 모집에 4명 지원, 세브란스 병원 또한 14명 모집에 3명 지원에 그쳤다.
수련병원은 미달된 진료과를 중심으로 추가모집을 실시했지만 가톨릭의료원은 9명 모집에 지원자가 0명이었고,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2명 지원, 삼성서울병원도 5명 모집에 3명만 지원하는 등 추가 지원자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 2월 진행한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전국 23곳 중 강원대병원 지원자 1명만이 유일했다.
산부인과 또한 전공의 기피 현상이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고 있는데 상급년차 산부인과 레지던트는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 5명, 부산백병원·한양대병원·전북대병원에서 각각 3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률은 지난 2016년 102%에서 ▲2017년 104.1% ▲2018년 86.6% ▲2019년 83.9%로 점점 하락하는 모양새다.
2020년 기준 산부인과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병원은 81개 기관으로, 이 중 1년 차 전공의가 없는 병원이 10%(8개 기관)에 육박하고 고작 1명인 경우가 46%(37개 기관)에 달한다.
전공의가 기피하는 전공 과목일수록 사직서를 내고 수련을 중도 포기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공의 지원율 및 중도 포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4년 동안 전공의 지원율 평균 100%를 채우지 못한 9개 진료과들은 전공의 사직률도 비교적 높았다.
산부인과 사직률은 3.4%, 소아청소년과는 1.4%로 높은 전공의 지원율을 보인 인기과인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피부과(0.3~1.2%) 사직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현영 의원은 “전공의가 부족한 과에서 사직률이 높아 비인기과 인력 부족 등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필수·기피 진료과목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과 적정인력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지원율과 사직률은 일정 부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공의가 부족한 과에서 사직률이 높다는 것은 비인기과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필수 기피과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과 적정인력 수급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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