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범죄 수사 및 단속이 의료기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올해만 200명 넘는 의사가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소위 '단골' 의료기관을 돌며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이들에게 불법 처방한 혐의로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차장 출신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직업별 마약사범 검거 현황에 따르면 의사는 올해 8월 기준 216명이 붙잡혔다.
최근 배우 유아인, 'MZ세대' 조폭으로 알려진 서울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과 '람보르기니 사건' 피의자 몸에서 다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으며 이들은 서울 강남 일대 의료기관들을 돌며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았다.
롤스로이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병·의원 10곳 이상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용 마약류와 관련해 사망자 명의 처방, 환자 1명이 먹는다고 보기에는 과도한 양의 처방, 의사의 '셀프처방' 등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호선 의원실에 따르면 이처럼 마약사범이라는 이름으로 검거된 의사들은 불법으로 의료용 마약류 처방전을 발급하다 적발된 경우다.
경찰이 금년 피의자 검거 통계부터는 직업별 구분에서 의사 직역을 별도로 분리했는데, 이는 이전까지 다양한 보건의료 직군이 '의료인'으로 묶여 검거됐던 수준과 비교해도 상당한 인원이다.
직업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을 보면 의료인은 2020년 186명, 2021년 212명, 2022년 186명 등으로 집계됐다.
의료인은 의사와 의료보건업 종사자를 합한 것으로 의사에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수의사, 의료보건업에는 간호사, 보건직 공무원 등 의료 종사자가 포함돼 있다.
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처방·'셀프처방' 감시···경찰, 처방 '과도' 여부 검토
규제당국과 경찰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용 마약류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안전사용 도우미 서한'을 올해 두번째로 배포했다.
서한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프로포폴·졸피뎀 등 32종 의료용 마약류를 한 번 이상 처방한 적 있는 의사 10만5202명에게 제공되며, 소위 의료용 마약류를 '셀프처방'한 적이 있는 의사 8319명에게도 '본인처방 안전사용 도우미 서한'이 추가 제공된다.
의료용 마약류를 한 번 이상 처방한 의사는 의약품 종류별로 ▲항불안제 8만4000명 ▲졸피뎀 7만9000명 ▲진통제 5만3000명 ▲식욕억제제 3만8000명 ▲프로포폴 3만3000명 ▲진해제 2만9000명 ▲ADHD치료제 1만 4000명 등이다.
셀프처방의 경우 건수는 2만7770건, 처방량은 105만8775개로 집계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말 "최근 발생한 마약 범죄 등과 관련해 특히 의료기관에서 취급하는 마약류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피의자의 마약류 투약 경위를 조사하면서 처방전을 발급한 의료기관을 확인하고, 의료용 처치와 관계없이 프로포폴·펜타닐 등 마약류의 처방이 과도했는지 등을 검토키로 했다.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올라온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처방 병원 및 투약 환자 정보 등을 분석, 마약류 처방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의료기관을 경찰에 수사 의뢰토록 한다.
의료용 마약류 합동 점검 체제는 연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의료기관의 마약류 불법 취급·오남용 사례 적발 시 단속 정보를 적극적으로 주고받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