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 기술특례상장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우후죽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부분 주가가 반토막이 됐다.
상장 당시 약속했던 기간 내 신약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주들의 불신은 커졌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던 기업들은 채권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을 이어가기 위해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데, 성과가 나오지 못할 경우 주주들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주 주가 하락에 CB·BW 발행 역풍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이 CB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2018년 6620억 원, 2019년 7411억 원, 2020년 1조2340억 원, 2021년 1조9308억 원, 2022년 1조4533억 원으로 나타났다.
CB는 일정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 전에는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BW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말한다.
투자자는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 상승 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CB와 BW 모두 일반 회사채나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이 힘든 바이오 기업들이 많이 활용한다.
다만 문제는 바이오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사채권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해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전환가격까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원금과 이자로 돌려받으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7~9월 파멥신, 인트론바이오, 티움바이오, 젠큐릭스, 싸이토젠, 인트로메딕, 엘앤케이바이오, 솔고바이오, 세종메디칼, 신라젠, 이노시스, 수젠텍, 제테마, 클리노믹스, 이노테라피 등이 만기 전(前) CB를 취득했다.
올해 본격적인 CB 상환이 시작되면서 바이오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뉴지랩파마, 한스바이오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지티지웰니스는 올해 만기 예정이며, 싸이토젠, HLB테라퓨틱스, 삼천당제약, 케어랩스, 수젠텍, 네오펙트, 제네바이오는내년이다.
이 중 CB보다 셀리버리, 제테마, 싸이토젠, 뉴지랩파마, 한스바이오메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네오펙트, 제넨바이오, 지티지웰니스, 삼천당제약은 CB 발행 잔액보다 현금 보유액(2022년 말 기준)이 적어 상환 자금 여력이 부족한상태다.
특히 셀리버리, 뉴지랩파마, 지티지웰니스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 거래정지된 상태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불황형 자본 조달’ 유상증자 잇따라
운영자금이 부족한 가운데 채무 상환까지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없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SD바이오센서(3104억 원), 진원생명과학(818억 원), CJ바이오사이언스(650억 원), 클리노믹스(446억 원), SCM생명과학(316억 원), 엘앤케이바이오(260억 원), 셀바스헬스케어(210억 원) 등이 올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에는 셀리드와 보로노이, 메드팩토, 아미코젠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 중 셀리드는 주주우선공모 청약과 일반공모에서 60.88%라는 부진한 청약률을 기록하며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메드팩토는 1159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전체주식수 대비 50%가 넘는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 비율이 커질수록 주당 가치는 하락한다.
메드팩토는 현금성 자산도 고갈되고 있다. 메드팩토의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995억 원이었으나, 2021년 1월 에이스수성신기술투자조합12호(에이스수성)를 대상으로 발행한 700억 원 규모의 CB를 지난 1월 전액 상환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앞서 유상증자를 진행한 기업 중에는 최대주주가 변경된곳도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유상증자 후 조중명 전(前) 대표에서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파멥신은 유진산 대표에서 투자조합 ‘파멥신다이아몬드클럽 동반성장에쿼티 제1호’로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이었으나, 파멥신다이아 측이 인수 자금을 납입을 두 번 미루고도 끝내 납입하지 않으면서 계약도 무산됐다.
이후 파멥신은 주식양수도 계약 해제 3일 만인 9월 11일 유상증자 제3자배정 대상자를 히어로벤처스아시아를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최대주주에 올랐던 유콘파트너스가 이에 반발하며 9월 11일 대전지방법원에 경영권분쟁 소송을 제기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
황세환 FS리서치 대표(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좋은 기업이 상장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기술특례상장 자체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기술특례상장 시 기술 평가 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기술 평가를 할 수 있는 이들로 평가기관이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매년 100~200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사용해야 하는 바이오텍이 대부분”이라며 “회사는 현금이 사라지면 주기적으로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 기술이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손해를 보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가 애널리스트 보고서나 또는 기사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기술력에 대해 훨씬 더 많이 공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