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시 처벌 수위가 기존 벌금형에서 형사처벌로 확대되는 등 사후 관리가 대폭 강화된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최근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심 의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18대 국회 때 발의했던 법안과 비교했을 때 처벌 수위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18대 국회 때 발의했던 법안을 살펴보면,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 할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돼 있다. 형사처벌 중 하나인 징역형이 추가됨에 따라 그 무게감이 훨씬 커진 것이다.
여기에 심재철 의원실은 “벌금을 현행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추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혀 처벌 강도는 더욱 세질 전망이다.
처벌 강화 왜?
처벌규정이 강화된 것은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이 2차감염 유발 및 그로 인한 인명 피해, 보험급여 부당 청구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지만 그간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따른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 금지 및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고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에만 부당금액을 현지조사를 통해 환수하거나 업무정치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2011년 의료기기법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기기 첨부 문서에 ‘일회용’이라 적고 이를 위반할 시 판매 업무 정지 및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지만, 이는 의료기기 사용자가 아닌 판매자만을 겨냥해 실효성 측면에서 성과를 얻기 어려웠다.
일회용 의료기기 정의·처벌 대상 등 논란 예상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법안이 더욱 강화됐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순탄치 않은 길이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일회용 의료기기’에 대한 정의다.
의료기기 기준규격은 의료기기법 위임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로 정하고 있지만 일회용 의료기기의 기준규격이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심 의원이 법안에 “일회만 사용하도록 정한 의료기기를 다른 환자에게 다시 사용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을 담았지만 정작 ‘일회용 의료기기’가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사안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일회용 의료기기로 분류된 의료기기가 진짜 ‘일회용’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2009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에서는 재처리가 가능한 의료기기도 일회용으로 허가 받는 경향이 있다.
재처리 가능 의료기기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재처리 방법, 재처리 후의 안전성 및 유효성 등의 자료 제출이 필요한데, 이를 피하기 위해 재처리 가능한 제품도 일회용으로 허가 신청을 하는 것이다.
심재철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기업체가 일회용 기기로 허가 신청을 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별도의 심사 없이 허가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재처리 가능한 의료기기가 일부 일회용으로 분리돼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법안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처벌 대상에 대한 논란이다.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 했을 시 처벌 주체를 행위자인 의료인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최종 책임자인 병원장으로 할 것이냐 등의 문제가 있다.
이는 18대 때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심재철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복지부는 “죄 없는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처벌 대상 명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의 내부 방침에 따라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 했을 시 의료인이, 의료인 독자적으로 재사용 했을 시 병원장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실은 “법안에 처벌 대상까지 담기는 어렵다. 사안에 맞는 처벌 대상을 사법부에서 판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의료인과 병원장 양측에 처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어서 입법 예고 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