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이 더욱 확대될 것을 보인다. 초안이 공개된 ‘검진 권고안’을 두고 임상 의사들이 ‘보이콧’ 등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별검사에 대한 실익을 평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 확보까지 권고안 제정을 미뤄야 한다는 것이 관련 학회들의 입장이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해린 총무이사(강남차병원 외과)는 3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비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권고안을 수십년간 갑상선암만을 다뤄온 전문가들이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며 불만을 피력했다.
특히 박해린 이사는 “최근 정부의 검진 권고안 초안 공개는 성급했다. 이제서야 우리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난했다.
발표 이전에 먼저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권고안은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판단, 현재 관련학회에선 정부의 보완‧수정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 검진 권고안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고자 내부 논의 중”이라며 “이마저도 반영되지 않는다면 보이콧 등 강경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열린 ‘2014 대한갑상선학회 추계학술대회 및 연수강좌’는 성토의 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가희 교수(보라매병원)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초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밖에 못했느냐”며 회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검진 권고안이 도출된 근거가 너무나 빈약한데도 ‘권고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너무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대회에 초청된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닥터 페리스 역시 “권고안은 전문가 그룹에서 만드는 것이지 국가가 나서야 할 사안이 아니”라며 국가가 주관한 검진 권고안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관련 학회에서는 초안에 대해 소의영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외과)가 작성한 ‘수정·보충 의견’을 제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검진 권고안 초안 내용 중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여 일상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따라서 수검자가 갑상선암 검진을 원하는 경우…(적절한 검진을 받을 수 있다)’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진 권고안 초안에 근거가 된 갑상선암 검진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은 총 4개에 불과한 상태다. 게다가 4편의 논문 모두 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로 연구의 질이 낮다고 평가된다.
박해린 이사는 우선 선별검사의 효과를 입증할 연구 데이터를 확보할 때까지만이라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권고안이 필요하다면 가정의학회 등 갑상선암 비전문가들을 배제한 후 새로 작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