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 급여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겉돌고만 있다. 예고됐던 이해당사자들 간 공방은 없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자 선경)가 희망한 지난 28일 공개 토론은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와 보건당국 불참으로 반쪽이 됐다.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스텐트 급여기준 고시를 둘러싼 논란과 협진의 실체를 밝혀보자며 이날 28일 마련된 관상동맥연구회 '송년 콘퍼런스(year-end conference)'는 결국 개정고시 당위성과 심장팀(heart team)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과 근거를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스텐트 협진 실체와 범위
개정고시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자 첨예한 이견 대립은 바로 흉부외과와 순환기내과 협진을 의무화한 조항이다.
지난 9월 30일 복지부가 발표한 개정고시문에는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관상동맥우회로술(CABG)이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가 동수로 심장통합진료팀을 구성해 보호되지 않은 좌주관상동맥 및 다혈관 질환의 관상동맥조영술 후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스텐트 갯수 제한을 없애는 대신 무분별한 사용 혹은 시술로 환자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심장팀에 의한 협의진료를 강제한 것이다.
하지만 심장학회는 '모든 심장질환은 응급'이라는 관점 하에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정고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먼저 "심장통합진료 형태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심장팀을 매번 구성하기에는 환자 대기시간 및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등 불필요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혈역학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통합진료를 위해 대기 혹은 이동하던 중 발생할 수 있는 갑작스런 응급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외국의 권고사항을 국내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제 조항화시켜 과도한 규제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제기했다.
반면 흉부외과는 심장학회와 관점을 달리했다. 이들은 '협진은 환자와 심장내과의사 모두를 위한 안전장치'라며 응급상황을 대비해 흉부외과의 백업 혹은 협진이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차의과대 문병주 교수, 아주의대 임상현 교수 등은 국내 스텐트의 과도한 사용 및 100% 순환기내과에서의 전과에 의한 흉부외과 협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의사의 '설명의무'와 '주의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라고 말했다.
다만 심장학회 주장처럼 현행 고시에서 언급한 심장통합진료 형태가 명확하진 않다는 점은 뜻을 같이했다.
이에 흉부외과학회 선경 이사장은 "흉부외과와 순환기내과가 환자와 개별적으로 만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하게 하거나, 다학제 진료처럼 사안에 대한 토의를 통해 치료방향을 설정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방법론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PCI vs CABG' 원론적 논쟁에 '學-言-政 공론장' 제안도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개정 고시에 대한 흉부외과 고민과 PCI와 CABG로 대변되는 처치의 의학적 논점들도 거론됐다.
앞서 심장학회는 지난 10월 미국 심장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PCI와 CABG 간 생존율 및 재발률에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흉부외과는 동일 논문을 리뷰, 중증환자가 제외된 샘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위험도와 빈도를 보정한 수치로 볼 때 CABG가 PCI보다 안전성과 생존율에서 높은 결과를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어 PCI에 대한 질 관리나 시술의 적정성에 대한 포괄적 판단기준이 없음에도 PCI와 CABG 시술비중이 국제 평균과 달리 PCI에 급격히 쏠려있고, CABG의 생존율과 안전성, 재발가능성 등에서 PCI를 앞서고 있다는 연구논문들을 근거로 통합진료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심장학회가 비용적・편의적 측면과 환자 삶의 질에서 PCI를 선택할 것이라는 언급에 대해서도 큰 차이가 없거나 우수한 점들이 존재하는 만큼 조화로운 협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 교수는 비급여 및 비보험 영역을 포함하면 비용적 차이가 크지 않고, 재발율 등 지금보다 정확하고 높은 수준의 정보전달을 통해 환자 선택권과 삶의 질 확보가 요구됨을 주장하기도 했다.
선 경 이사장 또한 정보전달 중요성과 CABG 등 흉부외과적 수술의 발전을 시사하며 영역다툼 혹은 원론적 논쟁이 아닌 올바른 진료방향 설정을 위한 진통임을 참석자들에게 거듭 주지시켰다.
이어 "심장팀 구성과 협진범위 등 세부사항을 두고 심장내과, 복지부, 심평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해야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면서 공론의 장 마련과 적극적인 의견피력 의지를 내비쳤다. 그 일환으로 대외협력 TF를 구축, 협의를 주도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와 관련, 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 또한 고시안의 주요쟁점은 스텐트 오・남용을 막겠다는 것이지 흉부외과와의 대립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의 뜻을 표했다. 다만 흉부외과가 주장하는 공론장 마련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오 이사장은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고 발전적일 것"이라면서도 "복지부와 심평원, 흉부외과가 심장내과를 압박하는 불균형적 상황에 내몰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해 공개토론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