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 충격 내과…'악순환 반복' 우려감 팽배
가장 기본이자 핵심 불구 업무는 많고 지원자는 없고 '설상가상'
2014.12.04 20:00 댓글쓰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메이저과로 인기를 누리던 내과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2015년도 전공의 모집서 내과 미달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에 처한 수련병원들은 "업무는 많고 지원이 전무한 내과의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모집에서 내과 미달을 경험한 지방 A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내과 위기는 우리병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다. 응급환자가 많아 야간, 주말에도 항상 대기해야 하는 특성상 전공의들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그에 맞는 대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비인기과인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을 정부가 육성과로 지원해왔던 수련보조수당, 가산금 등에서 내과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공의들은 미래가 걸려있다 보니 자신이 전공할 과의 수가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정부가 외과계열 중심으로 상대가치 가산을 해주다보니 내과 수가는 상대적으로 인하됐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라고 전했다.

 

서울소재 B대학병원 내과 교수 역시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수익이 남아야 투자를 하고 지원을 하는데 내과는 운영상 재미를 볼 수 없는 과”라고 말했다.

 

또한 수련병원 차원에서도 외과, 흉부외과 등 힘든 분야로 꼽히는 전공과는 대체인력을 배정해줬지만 내과에 대해서는 이 같은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더불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입원전담 전문의 고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체인력 확보가 되지 않고서는 과도한 업무량이 전공의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돼 지원을 기피하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내과 지원자가 0명인 지방 C수련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정원 배정이 상대적으로 큰 내과에 지원자가 아무도 없는 것은 지원자들이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며 “내과를 혼자 지원했을 경우 3~5명에 이르는 정원이 배정된 업무를 홀로 감당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정된 정원의 절반의 지원자를 받은 수도권 소재 D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 역시 “상대적으로 내과는 정원이 많은데 미달될 경우 업무가 과중된다는 악순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미달됐던 수련병원이 올해는 정원을 채운 것을 보면 해당과의 분위기 및 수련병원이 지난 1년간 충원을 위한 노력 등도 관련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내과 위기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지만 전공의들이 내과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화되면서 의료계에는 씁쓸함이 감돌고 있다.

 

서울소재 대학병원 내과의 한 원로교수는 “모든 전공과가 다 중요하지만 내과는 의료서비스가 행해지도록 하는 기본과인데 과거 외과의 기피과 행로를 그대로 밟고 있는 것 같아 참담하다. 이대로 내과가 기피과로 인식된다면 향후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내과 의사 없이 어떻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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