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들이 인력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란 입원환자 관리 및 당직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전문의 제도로, 미국에서 시행 중이다. 최근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환경과 병원 인력난, 환자안전 문제 등이 불거지며 도입 필요성이 강조돼왔다.
하지만 병원들의 채용과정에는 아직 제도화 되지 않은 ‘호스피탈리스트’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16일까지 내과 응급실, 중환자실, 내과계 입원병동 및 신경과 승급실 및 병동 업무를 전담하는 ‘호스피탈리스트’를 모집한 결과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채용과정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 개념에 대한 혼동도 나타났다.
길병원 관계자는 “호스피탈리스트라는 공식명칭으로 채용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용 문의 중에는 호스피탈리스트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순천향대학교천안부속병원은 내과계 응급 전담 전문의를 모집해 응급의학과 2명과 내과 1명 등 총 3명을 충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일각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를 뽑은 것이라고 보는데 그건 아니다.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를 뜻하지만 우리 병원은 내과계 응급 전담 전문의를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인력난의 악순환을 끊기에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대학교병원은 지난 13일부터 응급실내과 호스피탈리스트 모집을 진행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병원 관계자는 “내과 전공의 미달에 따른 응급실 운영 차질을 우려해 모집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이점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큰 기대를 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난 달 22일부터 야간당직 내과 전문의 초빙에 나섰지만, 지원서를 낸 전문의가 없어 채용기간이 무기한 연장됐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급여 수준 등 근무조건 등의 차별점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름만 그럴듯한 제도가 될 수 있다”며 “본 취지에 맞는 세부적인 제도 및 지원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A 교수는 “모집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급여나 근무조건 등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다. 호스피탈리스트 자체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한내과학회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올해 안에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한내과학회의 이동기 총무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정식으로 표방하기 위해 상반기 안에 제도화하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복지부, 국회 등과 함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급여체계인데, 사용자 부담도 일부 필요하고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 이런 부분들에 관해 합리적으로 조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