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된 산소 절대 부족 '내외산소'
2015 전공의 후기모집 또 실패
2015.10.05 12:02 댓글쓰기

[기획 上]기초 진료과목이자 전통적 명문 전공과로 꼽히던 ‘내외산소’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언제쯤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 특히 내과는 최근 전공의들이 잇달아 집단 업무 거부를 선언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건국대병원과 삼성창원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전공의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한 상태지만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언제 다시 불거질지 예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지방병원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달 사태와 진료전공과 양극화를 막기 위해 병원군별 전공의 총정원제,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도돌이표다. 매년 되풀이 되는 전공의 수급 문제. 올 후반기 모집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한 수련병원들이 ‘속수무책’이라는 한 숨만 내뱉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무너진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말할 것도 없고 신경외과, 비뇨기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핵의학과 등 몇몇 과만 제외한 대부분의 진료과가 미달을 반복하고 있다. 왜 이런 미달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대책은 없는지 분석해 봤다.[편집자주]


‘수급 불균형’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일까?


올해 전공의 후기모집 역시 지난해에 이어 내과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전통적 기피과인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빅5라는 간판도 소용이 없었다.


‘내외산소’ 기본이 사라지면 결국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양극화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15 전공의 후기 모집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수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재점검을 할 시기가 찾아왔다.

 

“과거 영광은 없다” 기피과로 낙인된 내과


“메이저라고? 요즘에도 그게 통합니까? 죽도록 고생하고 공부하다가 결국 나와서 돈도 못 버는 내과에 누가 가겠습니까?”


내과 전공의 모집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 의대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작금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문구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공의를 100% 확보했던 내과였지만, 분위기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지난 8월 18일 전국 104개 수련병원에서 543명 규모로 진행된 ‘2015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이 마감됐다.


이번 후기 모집과 관련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과가 완전히 기피과로 자리잡게 됐다는 사실이다. 각 수련병원에서 필요로 한 내과 전공의 정원은 125명이었지만, 실제 지원자는 20여명 수준이었다.


미달된 인력을 추가 충원하는 후기 모집임에도 불구하고 125명을 뽑아야 했던 것이 이미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서울대병원만이 정원의 2배가 지원했고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은 간신히 턱걸이로 정원을 채웠다. 올해는 내과 기피 현상에 ‘빅5’라는 타이틀은 체면치레에 불과했다.

 

내과 지원자 ‘0’명인 경우도 허다


데일리메디 전수조사 결과, 부산대병원(0명/6명: 지원/정원), 경북대병원(0명/1명), 원주세브란스기독(0명/4명), 순천향대천안(0명/5명), 제주대병원(0명/5명), 전북대병원(0명/3명), 순천향대부천(0명/2명), 제주대병원(0명/5명), 강릉아산병원(0명/4명), 경상대병원(0명/4명), 인하대병원(0명/2명), 원광대병원(0명/3명), 충북대병원(0명/4명), 건양대병원(0명/4명), 조선대병원(0명/1명), 대동병원(0명/2명), 메리놀병원(0명/1명), 부천세종병원(0명/2명) 등으로 지원자가 없었다.


최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실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내과 전공의 확보율은 89.4%에 그쳤다. 2011년 99.9%, 2012년 100%, 2013년 99.3%, 2014년 93.7%로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 80%대로 하락하게 된 것.
이는 외과계열 특정 과목에서만 발생했던 수급 부족현상이 내과에도 현실화 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피 여전한 ‘외과·흉부외과·비뇨기과’ 


통상 ‘전통(傳統)이 있다’라고 표현하면 긍정적인 느낌이 들게 된다. 한 집단에서 형성돼 생명을 가지고 내려오는 사상·관습·행동 등의 양식이나 그것의 핵심을 이루는 정신적 가치 체계를 말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이후부터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은 ‘전통적 인기과’라고 불리게 됐다. 꽤나 긍정적인 단어다. 반면, 수년째 진통을 겪으며 ‘전통적 기피과’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는 우려가 섞인 부정적인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5 전공의 후기 모집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재확인됐다. 서울 소재 16개 수련병원이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에 모집한 전공의는 총 66명이었는데,  지원자는 1명에 불과했다.


외과의 경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11명,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10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없었고 4명을 모집한 삼성서울병원에만 1명이 지원했다.


비뇨기과와 흉부외과는 말 그대로 ‘0’명,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전공의 부족현상을 겪었던 외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2011년 60%, 2012년 62%, 2013년 70.8%, 2014년 69.3% 등에 이어 올해도 66.8%에 머물렀다.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은 2011년 36.8%, 2012년 41.7%, 2013년 46.7%, 2014년 69.3%를 기록했다가 올해는 47.9%로 떨어졌다. 비뇨기과 전공의 확보율 역시 2011년 54.9%에서 올해는 41.4%로 하락했다.


또 다른 문제는 중도 포기율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2011년~2015년) 외과 전공의 중도 포기율은 평균 9.3%로 집계됐으며 흉부외과는 8.9%, 비뇨기과는 8.1%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확보도 어려운데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기피과의 현실은 더 암울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문정림 의원은 “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외과와 내과 전공의가 계속 미달될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는 의료공백이 발생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드코어 근무’ 내과 전공의 파업 사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강도 근무에 지친 내과 전공의들이 파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파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더라도 집단 반발하는 경우도 수차례 일어났다.


시작은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었다. 지난 2014년 11월 2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 7명은 5일 간 파업했다.


당시 파업했던 전공의들은 “지원 미달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며 “수련환경 개선 을 통해 내과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뒤를 이어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내과 전공의들도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병원측에 항의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삼성창원병원 내과 전공의들이 과도한 근무를 호소하며 8월 29일~31일 파업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조건 역시 ‘수련환경 개선’이었다.


건국대병원에서도 1년차 내과 전공의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업을 했거나,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했던 전공의들은 병원과 원만한 합의를 보고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업과 집단반발 사태는 개별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전공의들의 입장이다. 전공의 미달사태를 비롯해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우려, 원가보전도 안되는 저수가, 열악한 수련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같은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달→근무환경 열악→파업’으로 이어진 일련의 내과 전공의 사태는 현 의료계가 역행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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